[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위기 대처 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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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왕시 9단 ●·황이중 7단

제6보(84∼92)=위기가 두 방향에서 닥치고 있다. 왕시 9단이 백△을 둔 것은 흑A가 더 위험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흑A에 백은 B로 후퇴할 수는 없고(바로 진다) 따라서 흑B를 당하는 건 필연인데 그 수가 매우 껄끄럽다. 하나 그 직후 떨어진 흑▲과 그로 인한 엄청난 파장을 생각하면 백△은 우선 순위를 잘못 짚었다. 진짜 어려움은 흑▲쪽에 있었고, 이쪽을 방비하는 게 더 급했다. 박영훈 9단은 바로 그 점에서 백△(82)을 패착으로 지목했다.

‘참고도1’처럼 그냥 이을 수는 없다. 흑2가 너무 좋아 좌하 일대가 모조리 흑 집으로 굳어진다. 또 뿌리뽑힌 백 대마는 3으로 비틀비틀 달아나야 하고 흑은 4로 추격하며 하변을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다.

왕시도 83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84, 86으로 난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상대가 ‘참고도2’ 흑1로 받으면 백2로 끊어 가볍게 산다. 귀는 아직 A의 맛도 있다.

한데 황이중 7단은 87이란 변화의 한 수를 준비하고 있었고, 왕시는 바로 이 수를 간과했다. 넘겨줄 수는 없어서 88로 차단하자 흑은 89로 끊어버렸다. 수상전은 백이 졌다. 그래서 후수로 잡아가라고 했는데(92) 황이중은 장고하며 결정타를 노린다. 아무래도 C의 절단을 연구하는 게 틀림없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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