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쟁이 경기 회복 발목 잡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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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공화당과의 경기부양책 갈등, 잇따른 고위 관료 지명자의 자진 사퇴 파문으로 어려움에 처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펜으로 국민 설득에 나섰다.

오바마는 3일 CNN 등 5개 방송사와 연속 인터뷰에서 ‘잘못된 인사’에 대해 전격 사과한 데 이어 5일자 워싱턴 포스트(WP)에는 특별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기고문에서 “우리가 대공황 때만큼 깊고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라며 “미국인들이 워싱턴에 바라는 것은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빠르고 과감하며 현명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경기 후퇴는 앞으로 수년간 지속돼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업률이 두 자릿수에 다가설 수 있다”며 “나라가 더 깊은 위기로 빠져들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선 때 압도적으로 변화에 투표한 미국인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지금은 미국인들을 다시 일터로 이끌고 경제를 일으키며 지속적 성장에 투자하도록 하는 처방이 필요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대의 시험에 맞서기 위해 담대하게 행동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선 신문·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방송보다도 인터넷 미디어를 중시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달 24일 취임 첫 주례 연설은 인터넷 동영상 포털인 유튜브와 백악관 홈페이지만을 이용했다.

그런 오바마가 WP 기고 등 기존 미디어를 다시 찾은 것은 자신에게 유리했던 여론이 인사 파문 등으로 급격하게 돌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서 여론 주도층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신문을 통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WP 기고문의 제목 자체도 공격적이다. 자신의 경기부양책에 반대하는 공화당을 ‘당파적 정체 세력’으로 표현하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기고문 곳곳에서도 ‘워싱턴의 나쁜 습관’ ‘편협한 당파주의’ 등 초강경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방송사 인터뷰에서 인사 파문과 관련해 “호되게 벌 받고 싶다” “내가 망쳤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기고문에서는 사과 조의 표현을 볼 수 없었다.

◆WP 기고문의 요지=우리는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미국인들은 경제 회복에 몇 달이 아닌 몇 년이 걸릴 것이란 점을 알고 있는 만큼 인내할 자세가 돼 있다. 그러나 경제가 계속 미끄러지는 동안 이런 행동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당파싸움에 대해서는 인내심이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워싱턴의 나쁜 습관이 발전을 가로막도록 하느냐, 아니면 하나로 뭉쳐야 하느냐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 낡은 이념투쟁보다는 훌륭한 견해에, 그리고 편협한 당파주의를 초월한 결의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돌리고 우리 역사에서 새로운 위대한 장을 함께 쓰자. 이 시대의 시험에 맞서기 위해 담대하게 행동하자.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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