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 용산 용역업체 의혹도 철저히 수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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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검찰이 용산 참사 수사결과 발표를 당초 6일에서 9일로 연기했다. 경찰의 용역업체 동원 의혹이 불거진 데 따라 추가조사의 필요성이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용역업체의 불법 개입 의혹에 대한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용역업체 직원이 농성자에게 물대포를 발사했다는 방송 보도가 나오자 검찰은 “그런 사실을 목격했다는 농성자 진술은 있었으나 누군지 특정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용역업체 직원들을 면밀히 조사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어야 했다. 방송은 용역업체 직원이 경찰들 사이에 서서 물대포를 쏘는 동영상을 방영했는데 검찰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게다가 진압을 전후해 경찰이 용역업체를 동원했다는 주장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모두 부인해 왔다. 수사 결과 발표 연기로 검찰은 경찰의 진술만 믿고 경찰과 용역업체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도시 재개발로 인한 세입자와 용역업체 간의 갈등이 이번 사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세입자들이 화염병 등을 들고 건물에 난입하는 폭력은 지탄받고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용역업체의 ‘불법행위’도 갈등을 심화하고 사태를 악화시켜온 한 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관련 용역업체의 불법은 없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용산 참사는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다. 따라서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불공정 수사’ 논란의 빌미를 줘서도 안 된다. 수사가 편파 시비에 휘말리게 되면 경찰은 물론 검찰도 불신을 받게 된다. 더 나아가 국론 분열까지 불러올 수 있다. 경찰의 진압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 참사에 따른 공분도 가라앉힐 수 있고, 재발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