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택시 인원할증제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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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택시에 세사람 이상 탑승하거나 트렁크에 짐을 실을 경우 할증료를 내는 새로운 요금체계가 시행됨에 따라 이용자들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건설교통부는 승객이 많거나 짐이 있을 때 승차를 거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멀지 않아 택시의 기본.주행요금도 조정될 전망인데다 할증료까지 부과됨으로써 올해 택시요금 체감인상폭은 특히 클 전망이다.

할증제 시행을 이용자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할 것은 못된다.탑승인원이 늘고 무거운 짐을 실으면 연료비가 증가하게 마련이므로 요금차별은 오히려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이 때문에 이 제도를 시행하는 선진외국도시들도 많다.우리나라도 택시를 높은 요금의 고급 교통수단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기본정책을 갖고 있으므로 그 방향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이 제도를 시행할 여건을 갖추었느냐는 의문이다.현재 우리 택시는 수요초과상태에 있는 준대중교통 수단의 역할을 하고 있다.이는 물론 이용자들이 아직도 택시요금에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수단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이렇게 교통수단에 대한 시민들의 선택권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할증료를 시행한다면 결과적으로 편법인상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또 건설교통부가 기대하는 효과가 현실화될지도 의문이다.수요초과가 있는한 운전사는 할증료를 받고 여러명을 태우느니 합승하는 것이 수입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고,승차거부.골라태우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오히려 기대수익만 높여 놓아 악습이 더 기승부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기왕에 할증제를 시행키로 했으면 요금만 인상했다는 불평이 나오지 않도록 택시의 서비스를 개선하는 확실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승차거부.합승 등에 대해 시민들이 감시할 수 있는 고발.신고를 제도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대중교통수단을 확충하는 노력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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