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now] 색깔 바꾼 프랑스 영화 제2 전성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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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프랑스 영화계가 모처럼 웃었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프랑스 영화가 무더기로 돌풍을 일으키며 해외 관객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프랑스 영화는 지난해 약 8000만 명의 해외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3800만 명)의 두 배 이상이다. 최근 10여 년 동안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밀려 오던 프랑스 영화인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다. 특히 영화 1~2편이 히트한 게 아니라 대륙별로 다양한 영화들이 인기를 끌어 더욱 고무되고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는 미국에서만 600만 달러 이상의 순수입을 기록하며 프랑스 영화 붐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러시아에서는 액션 스릴러 ‘테이큰’과 ‘트랜스포터3’가 인기를 끌었다. 브라질에서는 애니메이션 ‘용 사냥꾼’ 이 재미를 봤다. 중국에서는 스릴러물인 ‘바빌론 A.D.’가 히트를 했다.

이들의 특징은 모두 프랑스 영화답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액션·스릴러 또는 애니메이션이다. 그래서 프랑스 영화가 체질을 바꿔 해외시장에서도 통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는 해리슨 포드 주연의 ‘도망자’와 꼭 닮았다. ‘테이큰’과 ‘트랜스포터3’ 등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이다. 이 두 영화의 프랑스 내 관객은 고작 250만 명이었지만 해외에서 여섯 배 이상 많았다. 해외 흥행작 가운데 상당수는 프랑스 국내에서는 실패하고 해외에서 성공했다.

그래서 일부에선 ‘프랑스 예술 영화’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만든 할리우드 영화’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프랑스 예술영화에 대한 자존심이 많이 누그러들었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관객이 외면하면 무용지물이라는 게 요즘 프랑스 문화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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