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동 교수의 중국 비지니스 Q&A⑮] 성장의 그늘에 선 농민공과 농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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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중국에서 벌어진 제일 큰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개최 준비에 들어간 돈만 420억 달러다.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 액수로 기록될 만큼 중국은 올림픽을 위해 돈과 그 모든 것을 걸었다. 그 결과 8월 8일 성대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억 중국인들의 환호 아래 올림픽은 성공리에 끝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국인들에게 절대 잊지 못할 한달 남짓의 올림픽 축제는 한편의 중국인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이기도 했다.

중국인이지만 절대 그들과 동화될 수 없는 중국인, 그들은 누구인가

올림픽이 열렸던 8월은 베이징시에 거주하는 농민공(農民工), 즉 농촌에서 올라와 도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지독한 계절이었다.

환경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베이징시 근교의 공장과 건설 현장은 멈춰섰고 혹시나 하는 범죄 우려에 농민공들의 이동을 철저하게 감시했다. 그로 인해 농민공들은 신체의 자유뿐만 아니라 수입면에서도 큰 손해를 보았다.

이들은 중국이 자랑하는 풍부한 노동력의 원천이자 값싼 임금의 주인공이다.

◇평균 월수입은 약 25만 원=중국 8대 대도시의 가구당 월평균 수입이 약 100만원임을 감안하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빈곤한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농민공 대부분은 불법체류자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호적을 도시와 농촌으로 구분한다. 농민들이 도시에서 정식으로 일을 하기위해서는 각종 등록을 해야 하지만 수수료가 너무 비싸 대부분 불법체류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중국 땅에서 같은 중국인이지만 불법체류자들인 그들은 나날이 발전해가는 도시에서 결코 주인이 될 수 없는 존재다.
빈곤의 근원은 농촌과 호적제도다.
78년 개혁개방은 중국인민들의 전체 부의 양적성장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중국이 내세우는 선부론(先富論)에서도 알 수 있듯 먼저 부를 차지한 사람은 도시에 거주하는 일부 계층에 제한됐다. 농민공이나 그들의 원류가 되는 농민에게는 아직도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상으로 2007년 중국은 남미 국가와 비슷한 수준의 소득격차를 보이고 있다(중국=0.48, 브라질=0.54).

이렇듯 중국의 부가 제대로 분배되지 못한 데는 농촌의 문제가 크다. 특히 중국은 호적을 도시와 농촌으로 구분하는 제도 때문에 중국의 도농 소득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현재 중국의 농민 수는 약 7억 4천만 명. 전 인구의 56%가 호적에 묶여 자유롭게 도시로 이주하지 못하고 도시 수입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나눠 써야 하는 형편이다.

현 후진타오(胡錦濤)지도부도 개혁개방 이후 농촌과 빈곤층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농업세 폐지, 빈곤층 지원 확대와 같은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빈곤층 문제는 단기간에 끝낼 수 없는 개방중국의 풀기 힘든 숙제다.

글=박정동 소장・박재정 연구원
인천대학교 중국학연구소 (www.uic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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