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애널리스트도 별 수 없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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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고액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에게 실적 전망만큼 중요한 게 없다. 펀드매니저보다 애널리스트의 연봉이 훨씬 높은 이유도 실적 전망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많이 받고 잘 맞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처럼 갑자기 쓰나미가 밀어닥친 경우는 정확한 실적 전망은 극히 어렵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FN가이드가 지난달 30일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85개 종목에 대한 애널리스트 596명의 실적 전망치와 실제치를 비교 분석한 결과 대부분 애널리스트의 전망이 빗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중 25개사에 대한 애널리스트 50명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5% 이내의 오차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표 참조>


FN가이드가 지난해 1분기에 나온 애널리스트의 4분기 실적 전망을 평가 기준으로 삼은 점을 감안할 때 5% 이내 오차는 대단한 적중률로 평가된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4분기 세계 경기가 그처럼 추락할 줄 모르던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적중률이 높았던 종목은 대개 실적 기복이 덜한 제약회사와 유통업체, 통신회사 등이었다. 여기에다 3~4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한 조선업체도 다수 포진했다. 그러나 경기변화에 민감한 전기전자업종에 대한 전망이 극히 어려운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입증됐다.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삼성전기에 대한 전망을 빼면 5% 오차 범위 안에 드는 전망이 전무했다. 대표적 전기전자업체인 삼성전자에 대한 4분기 실적 전망만큼 크게 빗나간 전망도 없었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대부분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937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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