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력 부르는 폭력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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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학교폭력의 실상이 갈수록 심각하다.단순 폭력을 넘어선 조직폭력이고 조직체계가 중.고교에서 초등학교까지 깊이 짜여 있다는 놀라운 보도가 나오고 있다.여기에 한 중학생이 잘못을 꾸짖는 교사를 폭행하고 학생들이 주변에 둘러 서 이를 방조하는 기막힌 사건까지 등장했다.학교폭력이 여기까지 오게 된데는 부모의 잘못된 가정교육,교사의 선도기능 취약,그리고 폭력을 조장하는 만화.비디오 등 선정.폭력매체물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고 본다.여기에 경찰이 학교밖 폭력과의 고리를 끊지 못했고,인성교육을 위해 정학.퇴학생을 모두 학교안으로 다시 끌어들인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중 특히 주목되는 것이 폭력만화가 청소년폭력을 부추기고 모방폭력을 조장한다는 점이다.초.중.고에 널리 확산된 이른바'일진회(一陣會)'는 그 이름부터 일본의 폭력조직을 주제로 한 만화에서 따왔다고 한다.성인폭력조직이 새 조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고교시절 싸움 잘 하는 1진이었느냐,2진이었느냐를 심사하는데서 연유했다는 것이다.이런 일진회가 언제부터인지 학교폭력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학교간 패권을 둘러싼 조직 싸움으로까지 비화했다.도대체 학교폭력 근절을 외쳐온 경찰과 학교는 무엇을 했는가. 더 안타까운 사실은 학교폭력의 행태가 대부분 일본 폭력만화를 흉내내고 있다는 점이다.지금 시중엔 일본 만화 복사본이 판치고 있다.그 대부분이 청소년의 성과 폭력을 주제로 한 것들이다.일진회식 폭력도 일본 만화의 모방이지만 담뱃갑 번호와 일치한 급우를 골라 담뱃불로 지지는 폭력 또한 일본 만화에서 재미삼아 배워 저질렀다고 한다.

폭력 영상물이 폭력을 부르고 폭력만화가 폭력을 조장한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디어의 악영향이다.더구나 청소년들에게 있어 폭력만화나 영상물은 마약 못지 않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폭력만화.영상물에 대한 사회의 깊은 관심이 청소년폭력을 막는 중요 요인임을 차제에 당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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