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매니저>중국 컴퓨터업체 '然想集團' 류촨츠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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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공부에 싫증을 낸 몇 사람의 전자공학도가 허름한 창고를 빌려 컴퓨터회사를 일으켜 대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미국의 애플컴퓨터를 연상시키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지난해 2백만대 규모의 중국PC시장에서 14만4천여대의 PC를 팔아 2위 자리를 차지한 연상집단(聯想集團.영어명은 레전드그룹). 올들어서는 1.4분기에 4만5천여대를 판매,그동안 정상을 지켜온 IBM을 밀어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류촨즈(柳佳志.53)회장은 지난 84년 중국컴퓨터기술연구소에근무하던 10명의 동료와 함께 중국정부로부터 2만4천달러를 자금지원을 받아 6평짜리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설립초기에 디지털 손목시계와 PC용 중국어 입력장치등을 생산하던 이 회사는 89년 미국의 AST사 PC의 중국내 판매를 맡으면서 PC와 인연을 맺었다.91년에는 정부로부터 PC 생산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PC시장에 진출했고 5년여만에 연매출 9억3백만달러,종업원 4천5백명의 중국최대의 PC업체로 성장했다.

성공비결은 AST제품의 판매를 통해 구축한 중국내 유통망과 값싼 중국의 노동력,외국 기술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킨데 있다.

柳회장은 앞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자신의 회사를 세계적인 PC업체인 대만의 에이서와 같은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른 중국업체들과 달리 순수한 중국자본으로만 구성돼 중국인들로부터 '외국 부자와 결혼하지 않은 중국의 자존심을 지킨 기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나 연상집단이 제2의 에이서가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넘어야 할 장애가 있다. 중국이 앞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경우 외국제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낮아질 때를 대비,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또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도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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