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생님의 촌지거절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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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머님,늘 관심 가져주시고 많이 이해해주시고 지켜봐 주심에 감사합니다.…(중략)…그런데 어머님,선물을 돌려드림에 서운해 하시거나 오해하시지 마십시오.전 어머님의 그 마음 하나로 벌써 힘이 나고 기쁩니다.아시지요?” 학교 촌지가 사회문제화돼 교사들에게 쏠리는 시선이 곱지않은 가운데 평촌신도시달안동 희성초등학교 장선자(張先子.34.여.사진)교사가 학부모의 촌지를 편지로 정중히 거절하며 진솔한 사도(師道)를 걷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張교사는 87년 교직을 시작한 이후 10년째 학부모가 촌지를 전달할 때면 이같은 내용의 편지를 적어 학생에게“절대로 네가 읽지말고 어머님께 전해 드려라”는 말과 함께 전달해 오고 있다.

학기초나 스승의 날,또는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의 생일날 학교에 찾아와 촌지봉투를 놓고 가는 어머니들을 대할 때면 왠지 죄지은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이같은 교육현실이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었다.그러나 학생들의 눈도 있고 촌지를 내미는 어머니들의 손을 부끄럽게 할 수 없어 당장엔 거절하지 못하고 뒤에 편지를 통해 되돌려주는 방법을 택했다.처음엔 액수가 적어 거절한 줄로 오해하는 어머니도 있었다.그러나 자신의 진의가 소문으로 전해지면서 뒤늦게 학교에 찾아와“부끄럽습니다”며 오히려 사죄하는 학부형도 생기고 그로인해 학부모와 더욱 친밀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촌지를 거부하는 것은 학부모와 자연스런 상담 기회를 갖자는 뜻입니다.” 張교사는 특히 학부모가 학교로 쉽게 찾아 올 수 없는 점을 감안해 자신의 집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며 일과후에도 전화로 학업지도와 상담등을 벌여 학부모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안양=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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