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삼성경제연구소 심포지엄 참석 보스킨 스탠포드大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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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삼성경제연구소는 30일 창립11주년을 맞아'선진국의 경제구조조정'이란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이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마이클 보스킨(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미래경쟁의 핵심은 유연성이다.”고 말했다.

그는“아시아경제의 성공이 지속될 것이냐도 얼마나 유연성을 높여 새로운 경쟁여건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보스킨교수와의 인터뷰 요지.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경제가 어렵다고 했다.그런데 최근에는 “미국은 원래부터 또 앞으로도 최대.최강의 경제”라고 한다.갑자기 이렇게 바뀔 수 있는가“평가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언론과 정치인들의 변덕스러운 해석때문이다.” -그럼 미국경제의 비관론은 근거없는가.“미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90년대초의 단기적인 경기후퇴와 과대평가된 달러화로 인한 국제수지적자이었다.그래서 생산기술이 뛰어난 일본과 경제통합을 추진한 유럽은 장래가 보장돼 있고,미국은 그렇지 않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 평가는 유럽경제가 가진 경직성과 이로 인해 생기는 12%를 넘는 구조적 실업,또 일본이 안고 있는 대내경제의 구조적 경직성 등을 간과한 것이다.

90년대초의 경기후퇴는 불과 9개월밖에 끌지 않았다.그때 외에는 미국은 15년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했다.경제가 유연하고 또 다른 나라에 비하면 기업활동에 규제가 없다할 정도로 정부규제가 완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한동안 미국은 최강의 경제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미국이 최강(最强)이라는 의미는“국제경쟁력이 마치 나라간의 경쟁력인 것처럼 자주들 말한다.잘못된 시각이다.국제경쟁력은 기업과 근로자들의 개별 경쟁력을 편의상 나라전체로 합한 개념일 뿐이다.미국이 최강이라는 말은 국제경쟁력이 강한 기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구태여 생활수준과 이를 개선하는 능력으로 평가한다는 의미에서의 미국의 국가경쟁력은 2차대전이후 줄곳 세계최강의 위치를 유지해 왔다.” -최근 어떤 자본주의체제가 최선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모두가 따라야 할 하나의 경제체제란 없다.각국의 고유한 사회관계 속에서 각국이 최선책을 선택할 뿐이다.

미국경제체제의 강점은'기회의 창출'에 있다.규제완화로 경제의 유연성을 높이고 또 정부의 비중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미국은 새로운 기업,새로운 기회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 평가받는 사회다.

유럽을 보라.정부비중이 경제의 50%를 넘고'일자리의 창출보다는 일자리의 보호'에 치중하는 사회체제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가.” -산업정책측면에서 비교한다면.“아시아는 일본형의 산업정책에 대해 일종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특히 정부가 유망산업을 선택하고 육성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정부는 유망산업을 선택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정보와 의사결정에서 민간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유망산업은 인수.합병 등 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길이다.

정부의 경제적 역할은 최소화돼야 한다.꼭 개입해야 한다면 과학기술발전처럼 민간이 할 수 없는 분야에 한정해서,그것도 비용과 편익을 엄정하게 따져서 해야 한다.” -왜 미국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제고에 노조의 반발이 없는가“우선 노조의 조직율(총노동력의 15%)이 낮다.그래서 유연성제고에 대해 노조의 조직적인 반발이 약할 수 밖에 없다.

또 미국은 노동의 이동성이 높다.새로운 직장을 찾아 동부에서 서부로 옮겨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노동력의 지역적인 분산도 미국경제의 유연성을 높히는데 기여했다.” 김정수 전문위원

<약력>

약력 ▲버클리대 경제학박사▲부시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CEA)위원장▲現소비자물가지수(CPI)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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