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경영일기>성재갑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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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폴리 염화 비닐수지인 PVC는 각종 산업용 자재에서부터 가정용 건축내외장재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가 매우 다양한 대표적 석유화학 제품이다.

LG화학은 이 PVC사업을 지난 76년 연산5만 규모로 시작했는데 매년 그 수요가 크게 증가하여 필자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던 94년에는 생산능력이 연산 42만 규모로 성장하였다.

그런데 취임후 석유화학 부문의 장래상을 새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PVC사업의 경우 국내외에 걸쳐 오는 2000년에 1백만,그리고 2005년에는 2백만 체제를 이루어 세계3대 메이커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내외에서 연차적으로 생산능력 증설이 수반되어야 했다.

그러나“증설에 따르는 투자비는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공장을 지을 인력및 신규부지는 어떻게 확보하고 비싼 땅값은 무엇으로 충당할 것인가?”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구미(歐美)각국의 선진기업을 벤치마킹할 기회를 가졌다.그때 PVC로 유명한 모 기업을 방문했는데 이 회사는 우리보다 단위생산성이 20%이상 높았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나는“별도의 공장건설 없이도 생산량을 늘리는게 가능하겠구나”라는 힌트를 얻었고,“왜 내가 미처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우리는 아직도 기존 사고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구나!”라는 점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장치산업의 경우 반드시 공장을 새로 지어야만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우리 회사도 기존 설비의 합리화와 효율성 재고라는 소프트웨어적

혁신을 통해 20%정도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만 있다면 42만의 생산량을

50만으로 늘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나는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여천공장 PVC생산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에게 선진기업 방문소감을 이야기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혁신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이날 공장장을 비롯한 관련 임직원들은 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그리고

향후 3년안에 20%의 생산성 향상을 기필코 달성하고자 다짐했으며

곧바로'PVC생산성 혁신 프로젝트팀'이 발족됐다.

프로젝트팀은 전 공정 단계별로 개선팀을 구성해 기존의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디어를 내는데 밤잠을 설쳤다.또'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똘똘

뭉쳐진'동료애'및 그동안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로 공정파괴를 통한 신공정을

개발 했다.

그 결과 3년동안 추진했던 이 프로젝트는 금년 상반기에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그것도 목표를 초과하여 30%생산성이 향상된 54만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일본을 비롯한 구미(歐美)선진기업들은 우리회사의

PVC생산성 혁신 프로젝트 결과에 대해 경탄을 자아냈고 몇몇 기업들은 기술

교환을 제의해 오기도 했다.

만약에 우리가 기존방식인 신규공장 건설만 고집하고 생산성 혁신이라는

사고의 전환을 기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했을 것이다.뿐만아니라 무엇보다도 소중한'우리도 할 수 있다'는

성공체험과 우리회사만의 신기술 확보라는 큰 기쁨을 맞보지 못했을 것이다.

<성재갑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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