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농성후 검문 18일째 명동상인 매출 격감 생활에 어려움 겪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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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명동성당 입구의 명랑오락실 주인 이헌호(李憲鎬.58)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매출이 격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경이 가게 앞에 진을 치고 행인을 검문하는 바람에 손님들은 가게에 발을 들여놓다가도 발길을 돌리기 일쑤여서 평소 20여만원이던 하루 매상이 8만여원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근 크리스찬사진관도 사정은 비슷하다.주인 송대근(宋大根.60)씨는“결혼사진을 찍으러 들어오던 신부의 핸드백을 경찰이 두번이나 뒤져 놀란 신부가 계약을 파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가면서 출동한 전경들이 29일 현재 18일째 계속 주둔하면서 이 일대 상인들이 울상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쇼핑을 즐기러 온 시민들이 진압봉과 방패로 중무장한 전경에 놀라 서둘러 귀가함으로써 매출액이 적게는 20~50%,많게는 80%까지 줄었기 때문이다.특히 중앙극장과 로얄호텔 부근의 1백여 점포의 타격이 크며 유네스코회관 주변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편. 현재 명동성당 주변을 지키고 있는 경찰은 5개 중대 6백여명.이들은'제2의 농성단'이 몰려올 것에 대비,24시간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성당측도 경찰 주둔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명동성당 홍근표(洪根杓)수석신부는“성당을 찾는 신도들까지 줄어들어 헌금이 상당액 감소했다.그러나 성당이 시위를 방조하는 것으로 비쳐질까봐 철수요청을 못하는 형편”이라고 털어놓았다.

전경들도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애써 외면하느라 고역이다.게다가 불볕 더위에 장마가 이어지면서 솜바지.방석모를 착용한채 골목에 쪼그려 앉아 도시락을 먹는 것도 여간 고통이 아니다.

상인들과 성당은 물론 전경들까지 모두 철수를 원하고 있다.그러나 언제 철수할지 명동주변에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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