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귀신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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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스트(ghost).디먼(demon).스피릿(spirit)등 우리 말의 귀신이나 유령을 뜻하는 영어단어들은 많다.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도 그중의 하나다.한데 폴터가이스트는 귀신이나 유령의 존재를 의심하는 서양의 심령학자들조차'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실재의 현상'으로 믿고 있다.그 증거들이 너무나도 뚜렷하기 때문에'불가사의한 초자연의 현상'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폴터가이스트는 쉽게 말하면'귀신들의 장난'이다.사물이 공중을 날거나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가 하면,인적이 없는 곳에서 돌이 날고,해머로 벽을 두드리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858년 최초의 기록이 나타난 이후 폴터가이스트현상은 수천가지의 예가 보고돼 있다.그같은 현상의 과학적 근거를 입증하기 위해 직접 목격했다는 학자들도 많지만 물론 아직까지 꼬투리조차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인간의 에너지를'심령(心靈)'과 결부시켜 폴터가이스트현상을 만들어낸다는게 비교적'과학적'인 견해고,상당수의 심령학자들은'마술(魔術)'이라는 생각에서 별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귀신관(鬼神觀)'은 폴터가이스트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물론 우리나라에도 폴터가이스트현상을 체험했다는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그'장난'의 주인공을'실체'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서양과는 다르다.우리의 전통적'귀신관'은 네가지의 특징을 지닌다.첫째는 밤에만 나타나 행동한다는 것,둘째는 사람 모습을 가지고 사람과 똑같은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셋째는 둔갑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넷째는 특출한 초인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귀신을 봤다”는 경험담에 대해서는'당사자의 불안정한 심리가 만들어내는 기이한 환각'으로 설명하는 학자들이 많다.요컨대'귀신체험'에 과학이 개재될 수는 없다는 논리다.그렇다면 최근 귀신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이나 책들이 대단한 인기를 모으는가 하면 하루 평균 50여건에 달하는 귀신체험담이 방송사에 몰리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돼야 할까.한 학자는'어수선하고 불안정한 사회상을 반영하는 일시적 현상'이라 진단하고 있다지만 그 정답은 역시 귀신들에게나 물어봐야 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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