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의컸던 유엔 환경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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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 폐막한 유엔 환경총회는 경제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환경문제 대립에서 항상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한국에 귀중한 학습기회가 됐다.이번 총회에서 드러난 새로운 조류를 보면 유럽이 미국을 대신해 환경주의급진국으로 등장했고,개도국의 경제개발을 비판하는 선진국은 환경기술개발을 위한 원조능력이 있어야 하며,핵폐기물 이동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반대한다는 국제적 공동인식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92년 리우 환경정상회담 이후 5년만에 다시 열린 환경특총에서 미국은 200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규모를 정하자는 유럽의 초반 공세에 매우 당황한 것같다.이산화탄소(CO₂)등 세계 온실가스의 20% 가량을 배출한다는 비난을 받은 미국은 결국 새로운 행동계획 대신 개도국에 10억달러의 환경원조를 하겠다는 약속으로 곤경을 면했다.

200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수준으로 줄인다는 기왕의 합의에 이어 2010년까지 거기서 15%를 더 감축하자고 제의한 유럽이야말로 또다른 환경 시어머니에 다름 아니다.앞으로 유럽과 친환경적 통상대책을 세우는데 머리를 써야 할 것이다.

핵폐기물의 나라간 부적절한 이동을 막자는 결의가 결과문서에 포함된 것은 대만 핵폐기물의 북한 이동을 막으려는 한국에 백만원군이 됐다.핵폐기물의 국내 처리능력이 있고 경제력도 충분한 대만은 이 결의를 존중함으로써 이 분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번 유엔 특별결의에서 환경파괴를 유발하는 기존의 소비.생산 행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향후 5년간 중점 추진목표를 설정하기로 한 것은 한국으로선 예의 주목할 대목이다.느슨한 행동계획이 어느새 실질적 의무조항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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