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처? 전화 1번 누르면 우리 집” “나 운전면허 한 번에 딴 여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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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거 왜 이래~, 나 운전면허 한 번에 딴 여자야!”

우체국 콜센터 전화상담원들이 뽑은 대표적인 황당 고객이다. 우편물이 제대로 배달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담원이 몇 가지 질문을 하자 짜증을 내며 쏘아붙인 답이다. 비슷한 상황에서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고위층과의 친분을 들먹이거나 “우체국 ○○○와 잘 아는데 거기에 물어보라”는 경우도 있었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는 30일 상담원의 말문을 막히게 한 ‘황당 고객 베스트 5’를 발표했다.

대책 없는 손님 1위로는 우체국 택배를 접수하면서 연락처를 묻자 “휴대전화 열고 1번을 꾹 누르면 우리 집으로 연결된다”고 한 사람이 꼽혔다. 같은 상황에서 되레 상담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물어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전국 여러 곳에 같은 이름의 지명이 있어 상담원이 “○○리는 충남·경북·전북에 각각 있는데 앞의 주소를 말해 달라”고 하자 “앞집 주소도 필요하냐, 가서 물어보고 올 테니 기다리라”며 자리를 뜬 경우도 있었다. 돌아올 때까지 꼼짝 없이 전화를 못 끊고 대기하게 만든 셈이다.

사투리가 심한 할머니가 발음하는 주소를 알아듣기 어려워 ‘뭉’인지 ‘몽’인지 몇 차례 확인하자 “가수 MC몽의 ‘몽’”이라며 의외로 신세대 답변을 내놓아 상담원을 놀라게 한 경우도 있었다. 우체국을 사칭해 걸려온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보이스 피싱(금융사기전화)에 속은 사람이 사실을 확인하고 “그럼 로또 꽝인 거여?”라며 한숨을 내쉰 경우는 안타까운 황당 사례로 꼽혔다. 우정사업본부 도병균 우편정책팀장은 “우체국에서는 로또 당첨 안내를 하지 않는다”며 “보이스 피싱이 의심되면 반드시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순위에 들진 못했지만 주소를 묻는 질문에 “대한민국”이라고 하거나 전화론 영어 단어를 잔뜩 섞어 쓰면서 정작 국제우편에 영문 주소를 엉터리로 적어 우편물이 반송된 경우도 나왔다. 상담원이 전화를 받고 이름을 밝히면 대뜸 자신과 성이 같다며 본과 파를 꼬치꼬치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경력 2년의 이영민(32) 상담원은 “우체국에 연락하면 모든 민원을 해결해줄 거라고 믿는 사람이 가장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우체국 콜센터(1588-1300)에서는 260여 명의 상담원이 하루 3만여 통의 문의·상담 전화를 처리하고 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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