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없는 에이즈 소년犯 주위냉대에 자살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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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소년원 수감중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져 가석방된후 잠적해 물의를 빚었던 한 소년범이 관련 기관의 책임 떠넘기기로 격리수용되지 못한채 자살까지 기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보호관찰기간중 지난 3월 잠적했다 서울보호관찰소의 추적끝에 붙잡힌 金모(17.폭력등 전과9범)군은 6개월에 한번씩 관내 보건소에 나가 진단받는 일을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거리를 떠돌고 있다.치명적인 에이즈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음에도 격리수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金군은 95년 8월 소년원내 건강검진 과정에서 에이즈 감염자임이 확인돼 같은해 10월 가석방됐다.

그는 이후 곧바로 가출해 유흥가를 전전하다 술집 종업원 李모(21)양을 만나 동거에 들어갔다.그러다 지난 1월8일 절도 혐의로 다시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 수용되면서 에이즈 감염사실이 드러났고 동거녀 李양도 에이즈 양성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마땅한 수용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가석방된 金군은 지난 3월8일 두번째로 가출,법무부와 보호관찰소측이 추적작전을 벌여야 했다.법무부는 한달여만에 金군을 붙잡았지만 이번엔 그를 수용할 시설을 구하느라 곤욕을 치렀다.소년원과 보건복지부측에서 시설및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보호관찰소측은 자체 수용시설이 없는데다 한명의 보호관찰관이 4백명 이상을 돌봐야 하는 현실을 들어 소년원 수용을 건의했지만 소년분류심사원측에선 격리수용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담당 판사가 중재에 나서 보름간 金군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임시로 머무르게 하는 사이 복지부 산하 국가기관을 물색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이 와중에 주위의 질시를 견디지 못한 金군은 4월말 자살까지 기도했다.다행히 빨리 발견돼 생명은 건졌지만 金군의 몸과 마음은 더욱 피폐해졌다.결국 담당 판사는 한달만에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도록 결정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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