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풍 金장신구 주류 - 이탈리아 비젠차 金박람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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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눈꼽만큼의 금도 나오지 않지만 수백년 전통의 앞선 세공기술로 전세계에'황금의 도시'라 알려진 이탈리아의 비첸차. 이곳에선 해마다 이탈리아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장신구가 쏟아져 나와 1백50여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게다가 매년 세차례씩 열리는 국제적인 수준의 금박람회는'황금의 도시'로서 비첸차의 명성을 더욱 드높인 계기.지난 14~19일 비첸차 무역전시관에서 펼쳐진'97 비첸차오로(비첸차금박람회)'역시 세계 최대의 금장신구 축제다운 면모를 과시했다.4만2천여평방 공간에 세워진 전시부스만 5천여개.이탈리아를 포함한 20여개국의 1천9백50여개 업체가 전세계에서 몰려든 바이어들에게 최신 제품을 선보였다.“각국의 일류업체만 엄선한다는 기준을 지키다보니 대기중인 업체만도 1천여개에 달한다”는게 안드레아 터카토 비첸차오로 조직위 사무국장의 얘기. 이번 비첸차 금박람회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진 특징은 동양풍(사진)의 부상이었다.환경보호운동의 영향으로 동식물을 본뜬 모양새등 자연주의 디자인이 강세였던게 최근 1~2년새 금장신구의 경향.올해는 특히 연꽃과 구름.절과 코끼리등 동양적인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금장신구의 기본이라 할 체인(금줄)에도 동양적인 매듭을 연상시키는 배배꼬인 스타일에 끝에는 술이 달린 형태가 숱하게 등장했다.

유명 체인업체인 필크사의 아시아영업매니저 다리오 바치오는 “구미 선진국의 금장신구 수요가 한계에 다다른 반면 아시아시장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면서“아시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선 동양적인 디자인은 이제 필수”라고 최근의 디자인 경향을 진단했다.세기말을 앞두고 정신적인 미학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심리 때문이라는게 동양풍 유행의 또다른 해석.“요즘 여성들은 반지 하나라도 장식효과 뿐만 아니라 깊은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을 끼길 원한다”고 월드골드카운실(세계금협회)의 디자인고문 다니엘라 인베르니치는 말한다. [비첸차=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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