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존 포로 방치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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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25가 일어난지 47년만에 비로소 미송환 국군포로문제가 거론되고 있다.지금껏 이들의 생사를 돌보지 않고 살아온 우리로선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주권국가로서,전쟁당사자로서,부모형제를 전장에 보낸 가족으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깊은 한(恨)을 남기고 있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북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의 귀환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전쟁당시 북한군은 6만5천명을 포로로 잡았다고 했지만 53년 포로교환시 8천3백여명만 돌아왔다.5만6천여명에 대한 북한쪽 설명이 없다.국방부통계는 1만9천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미뤄 짐작하면 적어도 2만여명이 포로로 북에 남았다고 봐야 한다.우선 급한 일은 북에 남은 포로숫자와 그들의 생존여부다.이 사실확인작업이 남북간의 연락과 교섭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지금 옥수수 몇만을 북에 보냈다고 곧장 포로송환협상에 나서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반세기 되도록 처리하지 못한 전쟁의 상흔을 포로의 확인과 송환이라는 뒤풀이를 거쳐 씻어내는 화합의 장을 마련하자는 뜻이다.지금 남쪽에는 평생을 미전향 장기수로 남은 사람도 있다.원하는 사람이라면 북에선 남으로,남에선 북으로 가도록 하는 쌍방 교환적 송환으로 분단의 한과 전쟁의 상처를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 나면 청소년 3명중 1명은 국내외로 피난가겠다는 안보의식 조사결과가 최근 나왔다.국가가 참전 군인에 대한 철저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미국은 6.25전쟁시 사망한 미군 유해를 찾기 위해 전쟁을 방불케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이미 1백62구의 유해를 찾고 유해발굴비로 2백만달러를 북한에 보냈으며 계속 유해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다.

포로송환을 둘러싼 논의는 화해와 공존을 위한 남북간 상처씻기 작업이다.미송환 포로의 소재.생사확인작업 그 자체가 민족화해와 남북간 긴장을 해소하는 또 하나의 씻김굿이란 발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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