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경북대 복사가게 11년째 운영하는 주인 정순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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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수업시간에 꼼꼼히 노트를 정리하지 않다 시험때가 돼 복사하느라 부산떠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같군요.” 경북대 북문 건너편에서 복사가게를 11년째 운영하고 있는 경후사 주인 정순자(鄭淳子.32.사진)씨는 기말시험철인 요즘 학생들의 복사주문에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7평 남짓의 복사가게는 평소보다 3~4배나 많은 학생손님들로 북적대고 복사기 3대는 쉴새없이 하루 3만~4만장을 찍어낸다.

鄭씨는 남편 반영환(班永煥.34)씨와 함께 결혼한 해인 87년부터 10년간 복사가게를 운영해왔다.

“80년대에는 시험철이면 밤샘을 해야 할 정도로 바빴어요.그 당시는 학생들이 요즘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인지 깔끔하게 정리된 친구의 노트를 복사하러 줄을 설 정도였죠.” 그러나 요즘은 복사집을 찾는 발길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2~3년새 경북대 도서관과 각 단과대학에 복사기가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또 취업난등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수업에 참석해 꼼꼼히 노트정리하는 학생도 점차 늘고 있다고 鄭씨는 지적한다.

그대신 노트뿐만 아니라 책을 복사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은 전과 달라진 모습.학생들이 전공서적이나 관련 참고서를 사는 대신 시험부분만 복사해 공부하기 때문이다.10년동안 복사비는 A4용지 1장당 20원에서 40원으로 올랐다.복사기도 선명도.속도등에서 눈부신 변화를 겪었다.4~5년전부터는 자동.고속복사기가 보급됐다.자동적으로 여러장을 동시에 복사할 수 있고 1분에 80여장을 쏟아낸다.80년대 기계의 속도는 고작 20여장 정도.鄭씨는“선명도도 원본과 구별이 가지 않을 만큼 좋아졌다”고 말했다. 대구=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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