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책임 된 국회 소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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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임시국회 소집을 놓고 여야의 입장이 바뀌었다.조건없는 소집을 외치던 신한국당이 주춤거리고,대신 야당이 무조건 소집을 촉구하고 있다.정치개혁특위의 구성비율을 동수(同數)로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2주간 이상이나 버티던 야당이 무조건 소집을 요구하면 국회가 당연히 열려야 할텐데 이제는 여당이 틀고 있으니 순박한 국민들은 그 속내를 알기 어렵다.

응당 열어야 할 국회문을 놓고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국회가 여야의 정략(政略)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야당은 신한국당의 후보경선과정이 언론보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초조감을 느껴 국회를 열어 보도의 물줄기를 바꿔보자는 의도가 있는듯 하다.특히 대표연설이나 대정부질문을 통해 적극적인 정치공세를 펼 수 있다고 믿는듯 하다.반면 여당은 국회를 열어봤자 대선자금문제 등이 되살아날 것을 걱정해 전당대회준비 등을 이유로 소집에 소극적이다.

이번 국회는 할 일이 태산같다.올해 처리할 법안의 대부분을 이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이번을 놓치면 정기국회 뿐인데 이는 예산국회인데다 대통령선거까지 끼어있어 일할 시간이 별로 없다.지금 국회의 처리를 기다리는 법안만도 1백20여건에 달한다는데 정기국회로 넘긴다면 시간지체는 물론 심의도 제대로 할 수 없다.특히 이번 대선을 돈 안드는 선거로 치르려면 정치개혁법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공청회 등 심의기간을 감안할 때 이번 국회를 넘기면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선관위 등의 공통된 견해다.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든 않든 야당이 무조건 소집을 요구했으니 여당이 이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특히 여당은 정부가 요구하는 법안을 제시간에 처리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그렇지 않아도 신한국당의 치졸하고 역겨운 경선과정에 국민들은 신물이 나 있는데 이를 핑계로 국회를 열지 못하겠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야당도 국회에서의 정치공세보다는 이번 국회가 법안을 처리하는 실무 민생국회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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