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음식맛 없앨땐 설탕보다 소금을 쳐야 - 미국 모넬미각연구소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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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쓴 약이나 불쾌한 맛을 지닌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 할 땐 설탕보다 소금을 쳐라.” 영국의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는 최근 먹기 싫은 음식물의 입맛을 돋우는데 소금이 의외의 정답일 수 있다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모넬미각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쓴맛과 단맛,짜고 매운맛등 인간의 혀가 느낄 수 있는 미각을 혼합한 12종의 시료를 만들어 21명의 젊고 건강한 자원자에게 맛보게 했다.이 결과 쓴맛등 불쾌한 미각을 상쇄하는 데엔 설탕을 비롯한 다른 화학물질보다 소금을 가미하는 것이 가장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 소금이 어떤 생리적 과정에 의해 이러한 효과를 발휘하는지는 아직 명확지 않다.다만 혓바닥에서 맛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이 짠맛에 가장 강력하게 반응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인간을 비롯해 맛을 느낄 수 있는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것은 단맛.생존에 필수적인 당분을 섭취하기 위해 진화론적으로 선택된 결과다.

그러나 인간의 미각 가운데 가장 쉽게 권태에 빠지는 것도 바로 단맛이다.무절제한 당분섭취가 췌장의 혹사를 불러일으켜 당뇨병을 초래하기 때문이다.단것을 먹다 보면 쉽게 물리는 것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라는 것. 오늘날 감자칩이나 스낵류등 현대인이 즐겨 먹는 인스턴트식품에 설탕보다 소금이 애용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실제 유능한 요리사의 판별기준도 다른 양념보다 소금을 얼마나 적절하게 사용하는지에 달려있고 고혈압환자에게 강조되는 저염식이 실패하기 쉬운 이유도 의사들이 소금이 지닌 미각향상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번 연구를 주도한 모넬미각연구소 폴 브레슬린 박사는“현재 짠맛은 없으나 소금이 지닌 미각향상 효과는 그대로 지닌 소금대용물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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