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만 있다면 그 무엇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연합뉴스]
그는 “이 나이에 연극배우가 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은퇴 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라며 “자녀들에게 열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특히 아버지가 그런 열정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동생이 왜 이 길을 걸어왔는지를 이해해 보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생의 또 다른 무대에 적응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연습 중간 중간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든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거기에는 개그맨 김형곤의 ‘형’이라는 부담도 있었다. 한 달간의 연습 기간이 그에겐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몇 배나 큰 목소리로 발성 연습을 하다가 어떤 날은 목이 잠겨 말문이 트이지 않을 정도로 험난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는 “공연이 시작되기 하루 전 소주 세 병을 마시고 극단 대표인 친구에게 ‘왜 나를 캐스팅했느냐’라고 푸념도 했다”라고 밝혔다.
이달 11일 첫 무대에 올랐을 때는 눈 앞이 캄캄했다. 바로 앞에 있는 관객들의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 두려웠다. 대중 앞에 섰다가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그때 하늘나라로 떠난 동생을 생각했다. 무대에서 좌중을 압도했던 동생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빠는 멋쟁이’라며 든든한 후원자가 돼준 가족들도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세 번쯤 무대에 서고 나니 몸짓·표정을 어떻게 해야 될지 감이 잡혔다. 관객과의 호흡도 느껴졌다. 그는 “무대에 서면서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성취감을 얻었다”라며 “이제는 어떤 도전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대에 서보니 비로소 동생의 걸었던 길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내달 4일까지.
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