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갑자기 예비회담 참석키로 한 것은 식량 추가확보가 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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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4자회담 조건으로 내걸었던 선(先)대북식량지원 보장 요구를 거둬들이고 예비회담에 참석키로 한 것은 역설적으로 대화참석이 식량확보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당초 4자회담 참석 조건으로 ▶예비회담전 식량 60만 지원▶한.미 정부의 연내 식량 90만 지원약속을 요구했다.

이후 국제기구의 각종 인도적 지원으로 50만~60만 정도의 식량이 북한에 들어갔다.북한의 요구중 한가지는 해결된 셈이다.

한.미 정부는 1차 요구량이 해결된 점을 강조하며 거듭“4자회담에 참석하면 식량지원을 논의할 수 있다”고 몰아붙였다.

북측으로선 4자회담에 참여해 나머지 90만의 식량지원을 이끌어내자는 계산을 갖고 방향을 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예비회담이 8월초에 개최돼도 본회담 개최문제는 대북식량지원 공방탓에 공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정부는 남북한 신뢰구축.긴장완화 차원에서 북한의 이행정도와 연계해 식량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북측과 간격이 크다.

그러나 일부 외교소식통들은“중국이 참석하는 예비회담이 개최되면 4자회담 자체의 탄력이 작용할 것”이라며“본회담은 9월께 개최될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보기도 한다.예비회담 개최시기인 8월 초는 김일성(金日成) 3년상이 끝난 시점이다.

김정일(金正日)은 권력승계를 앞두고 대미(對美)관계개선과 식량난 해소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북한으로선 한.미가 본회담에서 식량지원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대목에 주목할게 틀림없다는게 낙관론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중국의 적극적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한.미가 북한의 명분을 어느정도 들어줄 경우 본회담 개최가 의외로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이들은 전망한다.

어쨌든 예비회담 개최가 확정됨에 따라 4자회담은 한.미 정부가 제의한지 1년 2개월만에 본회담 개최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게 됐다.

회담 개최를 위한 지루한 공방만 계속됐지만 이를 통해 북.미간 직접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북한 공세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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