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치열한 실험정신이 아쉽다 - 97중앙미술대전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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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중앙미술대전이 19회라는 세월과 연륜을 거듭해 오면서 우리의 문화계에 끼친 영향은 참으로 그 폭이 크고 다양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없이 변해가는 가치관과 물질주의 정서가 팽배해 가는 이 시대에,미술이 해낼 몫을 과연 어떤 시각에서 정리해 볼지를 이제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할 시점에 다다른 것 같다.그렇기에 미술문화를 선도해 가고 있는 관계자들은 새로운 책임감으로 거듭나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이번 공모전에 출품된 젊은 신인작가들의 작품을 지켜보면서 19년전 첫번째 수상작가가 됐던 필자의 입장에선 참으로 감회가 깊다.

어느 시대나 작가들의 열정과,자신의 세계를 천착해 나가는 진지함은 작가로서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불변의 자세다.이번에 출품된 작품들 속에서도 그런 뜨거운 열기를 충분히 느꼈다.

특히 조각 부문에서 다양해진 재료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재료에 대한 해석과 그 해석을 통해 주제를 풀어보려고 하는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조각 하면 돌이나 철.청동.나무에 국한되어 원론적인 재료해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지난 세대에 비한다면,이 시대의 젊은 작가들의 자유롭고 대범해진 표현 양식은 앞으로 우리 미술계의 미래가 전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한 일면일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많다.특히 실험정신을 가장 큰 미덕으로 받아들여야 할 젊은 작가들은 자기만의 독창적인 양식을 실험해 보지 않고서는 자신의 조형언어를 만들어 내는데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그런 면에서 열아홉번째 되는 이 공모전에서 대체적으로 느낄수 있는 분위기는 첨예한 실험정신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앞섰다.

세계 구석구석의 정보를 항상 주변의 생활정보처럼 보고 느끼며 살 수 있는 이 시대이기에 여러 유명미술 잡지에서 볼 수 있는 조형언어에 젊은 작가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왠지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들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은 물론 공모전에 관계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새삼 되짚어봐야 할 듯하다. 강대철〈조각가〉

<사진설명>

중앙미술대전 첫회 대상작가 강대철씨가 제11회 중앙미술대전 수상.입선작을 둘러보고 있다. 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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