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의사람들>4. 전담통역 최인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지난해 선동열이 부진했을때 오히려 본인보다 더 심한 수모를 당한 사람은 통역인 최인호(39)씨였다.

선은 마운드에 올라가면 그만이지만 그는 덕아웃에서 코칭스태프의 힐난을 대신 들어야 했다.

“저것도 공이냐”“무슨 슬라이더가 저렇게 무디냐”“도대체 훈련을 어떻게 한거냐”등. 다혈질의 호시노 감독은 일본어를 모르는 선 대신 덕아웃에 앉아있는 최씨를 마치 선동열인양 다그쳤고,그럴 때마다 그는 몸둘 바를 몰랐다.

야구를 잘 모르니 대신 변명해 줄 수도 없었고 그런 말을 선에게 전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올해 선동열의 성적이 오른 만큼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사람도 최씨다.

모든 선수.코칭스태프가 호의적으로 변했고 덕아웃에서 듣는 말도 지난해와 달라졌기 때문이다.최씨 스스로도“요즘은 나까지 인정받는 기분”이라고 최근 심정을 밝혔다.

작은 사업을 하던 최씨는 7년전 선배의 소개로 선동열을 알게됐다.

95년 슈퍼게임 직후 선동열의 일본행이 결정되자 의기투합,사업을 정리하고'선동열의 그림자'가 됐다.

“야구에 대해선 잘 몰라 동열이에게 해줄 말은 없어요.그러나 선동열을 최대한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주니치 드래건스 합숙소에서 혼자 지내는 최씨는 싫다고 하지 않는한 선동열과 일본생활을 끝까지 함께 할 작정이다. 요코하마=김홍식 기자

<사진설명>

'선동열의 그림자'최인호씨.지난해 선동열이 부진할 때 온갖 욕을 먹었던 그는 올해 덩달아 기분이 좋다. 요코하마=김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