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식량지원, 남북화해 轉機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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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침내 남쪽이 지원한 식량이 북쪽에 전달되기 시작했다.아직은 만족할만한 수준이 되지 못한다.그러나 이 작은 출발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에게 큰 보탬이 되고,지난해 잠수함사건 이래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식량 5만을 보내면서 큰 주문을 하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자체가 난센스일 수 있다.그러나 비록 충분한 양은 아니더라도 이번 식량전달이 갖는 의미는 남북화해의 새 장을 연다는 점에서 몇가지 사실을 주목할 수 있다.

우선 남북간 공식적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옥수수를 매개로 남북 주민간 교류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지금껏 대북식량지원은 국제적십자 또는 국제기관을 통해 이뤄졌다.대북구호사업의 30%이상을 부담하고도 우리는 북의 참상을 외면한 인정없는 사람들로 비쳐왔다.간접지원이 직접지원으로 바뀌고 한적(韓赤)요원이 직접전달의 책임도 맡았다.식량을 누가 보냈는지 북한주민들도 알게 됐고,남북간 맺힌 앙금을 씻는 계기도 될 수 있다.북에 가족을 둔 실향민으로서는 이산(離散)의 한을 푸는 통로역할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번 식량지원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북한의 기근 자체가 5만 지원으로는 언발에 오줌누기다.부족분을 1백만으로 보고 한해의 기근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본다면 이번 지원은 시작에 불과하다.장기적 지원체제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은 두가지 입장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소량의 구호품을 전지역에 고루 전달하기는 어렵겠지만,가능한한 최대의 성의를 보여 남쪽의 뜻이 북쪽에 전달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줘야 한다.사소한 마찰로 큰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다음,지속적 식량지원을 위해서는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산가족찾기운동같은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얼마나 배고프고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를 자발적으로 유도할 공감대확산이 긴요하다.이를 위해 민간 차원의 이산가족찾기운동을 전개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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