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高利예금 사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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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금융시장에 전에 없던 조짐이 일고 있다.금리가 급락하면서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한 금융기관들이 고금리 예금을 사절하는가 하면 그동안 꺼리던 기업들에 다시 돈을 빌려주는등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A종금의 경우 최근 K연금이 12.3%의 금리로 1백억원 이상의 예금을 하겠다는 요청을 거절했다.현재 기업어음(CP)매출금리가 11.7%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예금을 받아야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다른 종금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나라종금의 장영태(張榮泰)상무는“금리의 추가하락이 예상되고 예금을 받아도 운용할 곳이 없어 고금리 예금을 사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종금사들은 그동안 각종 소문을 의식,피해왔던 일부 기업에 대한 대출(어음할인)을 재개하고 있다.제일종금의 경우 최근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쌍용그룹 계열사에 5백억원이 넘는 자금을 CP할인 방식으로 신규지원했다.또 두산그룹에 대해서도 1백억원 이상의 신규자금을 단기로 빌려주면서 여신기간을 91일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제일종금의 최동화(崔東華)이사는“각종 부도설이 어느정도 수그러든데다 해당 기업들이 당장 부도날 위험이 없는 만큼 신규여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신탁계정도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금리하락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예금을 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돈굴릴 곳이 없기는 여유자금이 있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K사 자금담당 관계자는“단기여유자금으로 CP를 살계획이었으나 금리가 맞지 않아 양도성예금증서(CD)를 샀다”며“예전같으면 당좌대출등 고금리 대출을 껐겠지만 최근에는 당좌대출도 거의 하지 않아 다른 상품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회사채(은행보증 3년만기)금리는 9일 현재 11.38%로 지난주말에 비해 0.07%포인트 떨어져 연중최저치를 경신하는가 하면 콜금리도 지난 1월이후 만 5개월만에 10%대에 진입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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