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에 결정적 수능뒤엔 늦어 - 논술고사 준비 언제부터 해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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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부분의 대입 수험생과 고교는 논술고사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적절한 학습법을 몰라 손을 놓고 있다가 대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부터 집중적으로 준비한다.

그러나 논술고사도 수능만큼 비중을 두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97학년도 입시결과 각 대학 논술고사의 합격 공헌도가 대단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지난 3월초 발표한 입시전형 요소별 변별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논술고사의 변별력이 예상외로 상당히 높았다.

서울대의 조사는 변별력에 대한 평가일 뿐 실제 합.불합격에 대한 공헌도를 직접 평가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한 학습평가기관이 서울대 입시의 전형요소별 합격공헌도를 조사한 결과 논술고사와 면접이 합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의 합격공헌도를 1로 봤을때 인문사회계의 경우 수능이 10.3,논술 6,면접 3.1로 밝혀졌다.자연계의 경우 수능 7.3,논술 4.1,면접 0.9로 평가됐다.

이같은 결과로 미뤄볼때 논술고사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합.불합격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수험생이나 학부모,그리고 고교 교사들은 흔히 글을 읽고 쓸 수 있으면 누구나 논술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장에 가서 돈셈을 잘한다 해서 수학을 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문사회과학분야의 다양한 지식▶논리적 사고력▶정확한 표현력을 늘리는 일이다.

일선 고교에서는 주로 실전 연습으로 논술에 대비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전혀 의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학에서 기본원리를 익히고 난 다음 실전연습을 하는 것처럼 논술도 기본기에 대한 충분한 학습이 이뤄지고 난 다음 실전연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와 달리 대학도 논제 출제와 채점에서 어느 정도의 경험을 축적한 상태이기 때문에 요령을 익히는 것으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폭넓은 인식과 논리적 사고력,그리고 표현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과거처럼 적당한 점수를 받기가 불가능하게 됐다.

한때는 많은 학생들이 주어진 논제와 상관없이 외워온 답안을 옮겨 놓는 식으로 논술을 작성한 적도 있으나 그것이 좋은 점수를 받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97학년 입시에서는 그같은 답안지는 많이 줄었다고 한다.

대학의 논제 출제나 평가방법이 이제는 요령을 익혀 대응하는 식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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