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12분만에 끝난 프랑스 정권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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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권교체는 단 12분만에 끝났다.

지난 3일 오전11시 정각 리오넬 조스팽 신임총리를 태운 검은색 르노 사프란이 총리공관인 마티뇽궁 마당에 들어섰다.현관에 나와 있던 알랭 쥐페 전총리가 그를 맞았다.사진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두사람은 손을 맞잡고 잠시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10분후 쥐페 전총리가 먼저 나오고 조스팽 총리가 뒤따라 나왔다.마당을 메우고 있던 총리실 직원들은 쥐페 전총리에게 손을 흔들었다.그가 탄 흰색 푸조 605승용차는 빠른 속도로 마티뇽궁을 떠났다.그걸로 정권교체는 끝났다.마티뇽궁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선거에서 진 팀은 물러나고 이긴 팀이 들어온다.너무나 신속하고 선명하게 이루어져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느낌이다.

프랑스 총선에서 사회당등 좌파가 승리함으로써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뀐 바로 다음날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조스팽 사회당 당수를 엘리제궁으로 불렀다.약 1시간에 걸친 독대(獨對)를 마치고 나온 조스팽 당수가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한 말은 딱 두마디였다.

“대통령께서 나를 총리로 지명할 것을 제의했다.나는 그 제의를 수락했다.” 두 사람은 동거정부의 게임의 법칙을 1시간동안 협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외교와 국방은 내 고유영역이니 침범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시라크 대통령의 경고성 주문도 있었지만“어찌 됐든 국민의 선택이니 잘 해보자”는 협력의 주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파의 패배가 확정되자 쥐페 총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의 결정은 최고의 권위를 가진 것이며 우리는 이를 존중한다.새로운 다수당의 행운을 빈다.”그리고 그는 야당대표로 돌아갔다.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권도 내놓았다.또 한차례의 코아비타시옹(동거정부)을 출범시켰고 유럽지역에서 좌파의 부상을 예고해준 이번 선거의 의미를 되새겨볼 때 이날의 이같은 행사는 너무 조촐했다는 생각을 가져다 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이같은 의미에 앞서 프랑스 국민은 지금 자기가 가진 한표의 힘을 또 한번 실감하고 있다. 파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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