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빚 2945만원…절반이 주택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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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 빚이 모두 450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3000만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는 사채 같은 비제도권 금융을 뺀 수치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의 돈줄을 죄고 카드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가계 빚의 증가속도는 떨어지고 있다.

◇가계 빚 지난해 말보다 3조원 늘어=한국은행의 '1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450조455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8877억원(0.6%) 늘었다. 가계신용이란 ▶은행.상호저축은행.보험회사 등의 가계대출과▶신용카드.할부금융 등을 통한 외상구매를 합친 것이다.

한은은 가계신용의 95%를 점하는 가계대출의 절반 가까이가 주택담보대출 같은 부동산 관련 대출인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거품이 급격히 꺼질 경우 가계 빚이 대거 부실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3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로 나눈 가구당 평균부채는 2945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9만원 늘었다.

◇증가속도는 줄어=가계 빚의 절대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증가세는 둔화됐다. 1분기 가계신용 증가액은 전분기의 39%에 그쳤다.

가계신용은 1999년 말 214조원에 이른 뒤 부동산 활황과 주택담보 대출의 증가로 2000년 267조원, 2001년 342조원, 2002년 439조원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다가 최근 1년 새 주춤했다. 한은의 변기석 경제통계국장은 "가계신용의 증가세가 꺾인 것은 금융회사들이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가계의 소비가 부진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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