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결혼식 뒤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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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혼여행을 떠나는 신랑.신부의 자동차 꽁무니에 깡통이 매달려 딸랑거린다.풍선을 매단 줄에는'이제 막 결혼했음'이라고 쓴 쪽지가 펄럭인다.서양에서 가장 흔한 혼례종료 놀이의 하나다.요즘에는 우리 젊은이들도 가끔 이런 뒤풀이를 즐긴다.그러나 앞으로 이런 차는 강릉거리를 지날 때는 조심해야 한다.경찰이 2만원의 범칙금을 물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강릉경찰서가 내린 단속지침을 보면 어이 없는 뒤풀이행사가 많다.깡통이나 풍선은 애교급일 뿐이다.신랑.신부를 트렁크에 태우고 질주하거나,신랑을 밧줄로 묶어 끌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이런 차는 범칙금이 더 무거워 7만~3만원을 내야 한다.이런 식으로 신혼부부를 학대(?)하는 것이 과연 미풍양속일까. 뒤풀이는 뒷전풀이의 와전(訛傳)이다.그런데 뒷전풀이는 원래 무속(巫俗)에서 유래한 것이다.굿을 다 끝낸 무당이 평복으로 갈아입고 여러 신을 배웅하는 것이다.그러니까 요즘의 결혼 뒤풀이는 말도,의식(儀式)내용도 뿌리가 의심스럽다.

결혼 전후(前後)의식이 소란행위로 변질되는데 대한 비판은 이미 많이 있어 왔다.함진아비들의 지나친 장난끼는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지 오래다.간혹 벌어지는 피로연에서의 신랑 매달기도 적당한 선에서 끝나야 재미있다.너무 지나치면 가학성(加虐性)의 그림자가 깃들고 이윽고 보는 이를 불쾌하게 만든다.

그러고 보니 결혼식이 끝난 후 신랑.신부를 놀리는 의식은 뒤풀이라는 말보다'신랑다루기'라는 전통의식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혼례를 마친 신랑이 처가에 다시 찾아 오는 것을 재행(再行)이라 부르는데 바로 이때 신랑다루기가 벌어진다. 중부 이남지방에서는 신랑 동년배 젊은이들이 모여 신랑의 발목을 묶고 거꾸로 매단다.다음'왜 이집 처녀를 훔쳐가느냐'고 닦달하면서 발바닥을 때린다.중부 이북지방에서는 신랑에게 한시(漢詩)를 짓게 하고 글이 시원찮다며 트집잡고,때로는 모욕을 준다.

신랑을 너무 심하게 다루는 경우가 많아 그 때에도 벌써 경사를 축하하는 본래의 취지에 머물러야 한다는 반성론이 강력하게 나왔다.소비지향의 혼례문화를 지양하자는 요즘에야 오죽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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