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한석봉 - 일생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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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석봉(石峯) 한호(韓濩)는 1543년 개성에서 태어났다.군수였던 5대조 할아버지 이래 아무도 관직에 나가지 못했던 가난한 집안이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열심이어서 집밖에서는 다리 난간에 글씨연습을 하고 산속에 들어가서는 나뭇잎에 글씨를 썼다는 기록도 있다.

석봉은 왕희지로부터 직접 글씨를 받은 꿈을 두번이나 꾸었을 정도로 그의 정묘한 필법을 익히는 것을 필생의 목표로 삼았다.

석봉은 15세때 향시에 급제하고 성균관에 입학하는데 25세에 진사에 합격할 때까지 이곳에서 공부했다.아마 어머니의 떡썰기와 시합을 했다면 이 시절의 일화일 것이다.

진사 합격후 곧 승문원 사자관에 임명됐다.조선시대 최초의 공식 사자관(寫字官)이었다.그후 57세가 돼 가평군수를 맡을 때까지 내직을 돌면서 중국에 보내는 외교문서.공신교서등 수많은 국가문서를 써냈다.내직에 오래 머무른 것은 선조의 총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선조는 늘 그를 곁에 두고 붓과 벼루는 물론 때때로 좋은 술과 비단을 하사해 그를 격려했다고 한다.

석봉은 당시 대표급 문인인 차천로.최립.허균등과 교류할만큼 문학적 소양도 상당했다.특히 도연명과 이백의 시를 좋아했다.흡곡 현령을 끝으로 고향에 돌아간 석봉은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다 1605년 세상을 떠났다.

윤철규 미술전문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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