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한국미녀의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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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류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면 의당 동양에서는 양귀비(楊貴妃)를,서양에서는 클레오파트라를 각각 꼽는다.사진은 커녕 그림조차 전해 내려오는게 없는데도 직접 보기라도 한듯이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하지만 어느 쪽이 더 아름다웠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동.서양 사람들이 서로 견해를 달리해 왔다.물론 여성의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데 전해 내려오는 문헌들을 분석해보면 양귀비는 동양적이 아니었고,클레오파트라도 서구적이 아니었다.우선 살결만 해도 양귀비는 서양사람을 연상케 하는 흰 색이었고,클레오파트라는 그리스계 이집트 사람으로 서구사람과는 동떨어진 갈색이었다.몸매 역시 양귀비가 지금은 서구사람이 선호하는 건강미를 자랑했던데 비해 클레오파트라는 동양사람이 선호하는 개성미에 역점을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오랜 세월동안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미녀로 꼽혀온 까닭은 이들의 몸매가꾸기나 화장술이 각각 동.서양 여성들의 체질조건에 맞는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쉽게 말하면 이들이 본래 지녔던 선천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후천적'가꾸기'에 의해 동양 혹은 서양사람이 선호한 아름다움을 강조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 판단기준이 어디서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가령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의 아름다움도 실제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면 인종적 편견없이 우열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몇해전 미국 루이빌대학의 학자들이 백인.아시아인.중남미인등 13개국의 사람들에게 여러 인종의 여성 사진을 보이며 매력적인 여성을 골라보게 하는 실험을 실시했을 때도 인종적 요인이 판단기준으로 작용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한 치과의사가 96년도 미스 코리아와 슈퍼엘리트 모델들을 대상으로 얼굴과 턱뼈의 모양,치아의 각도,얼굴의 길이 등을 해부학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미녀들은 대부분 서양 미인의 표준에 가까운'서구형 얼굴'들이라고 한다.물론 한국여성의 얼굴이'서구화'한 결과가 아니라 우리 나름의'판단기준'탓이겠지만'한국형 얼굴'이 미녀의 대열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이 다소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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