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軍첩보국도 개혁 바람 - 재정난으로 기구감축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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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러시아개혁의 피안지대였던 군중앙첩보국(GRU)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어닥칠 조짐이다.전 지역분석국장 발렌틴 코라베르니코프 중장이 최근 이 기구의 책임자로 임명되면서 개혁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옛소련 붕괴 뒤 러시아 정부의 모든 부처,특히 군은 거센 개혁바람을 거쳐왔으나 GRU만이 이를 비켜갈 수 있었던 것은 이 기구가 대단히 효율적으로 운영돼 지금까지 러시아 안보에 매우 혁혁한 공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SS 탄도탄이나 TU-160 중폭격기,AN-72 수송기,각종 지대공미사일 등 러시아의 전략무기들은 대부분 서방측 전략무기의 복사판으로 간주되는데 이는 모두 GRU가 서방에서'훔쳐온'정보로 가능했다.

또 GRU 소속 첩보원들은 지금까지 61년 영국에 포섭된 대령 한명 외에는 조국을 배반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충성심도 뛰어나다.

과거 막강했던 국가보안위원회(KGB)가 대외첩보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소속 군대를 모두 잘라내는등 개혁으로 인한'된 시련'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GRU가 아직도 2만5천명에 달하는 특수 타격부대를 보유하고 있고 대외첩보국보다 해외거점을 6배나 더 많이 유지하고 있는 것은 GRU가 공을 많이 세운 덕택이다.

이처럼 잘해왔고 잘 버텨온 GRU가 왜 갑자기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다만 러시아군 전체를 강타하고 있는 재정난 때문에 불가피하게 인원과 기구감축의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GRU의 개혁을 진행할 신임사령관은 체첸과의 전쟁에서 두다예프 살해작전을 종합지휘한 인물.그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GRU가 앞으로 어떤 위상과 역할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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