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청렴성에 먹칠 곤혹 - 청와대 김현철씨 비자금 헌납 설득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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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와 검찰이 김현철(金賢哲)씨가 관리해온 비자금 1백20여억원의 처리방안과 출처를 놓고 각각 고민하고 있다.

먼저 청와대 관계자들은 현철씨가 문제의 1백20억원을 끝까지 자기돈이라고 주장하며 내놓지 않을 경우“대통령 재임기간중 한푼도 받지않아 가족들의 재산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청렴성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자칫하면“아들이 1백20억원이나 되는 큰 돈을 가지고 있었으니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큰 소리 쳤겠지”라는 냉소적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관련,“현철씨가 검찰 조사과정에서도 고교 선후배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는 태도를 보이는등 사실상'확신범'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현철씨가 청와대의 이같은 고민에 전혀 협조해주지 않고 있음을 암시했다.

검찰 주변에서는“현철씨가 단순 활동비로 지원받은 돈에 대한 탈세혐의가 인정될 경우 징역형은 물론 탈세액의 2~5배에 해당하는 벌금까지 병과(倂科)되도록 돼있는 만큼 자신의 재기를 위해서도 대선자금으로 쓰고 남은 돈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검찰은 현철씨 기소를 계기로 수사를 종결할때 1백20억원의 출처를 어느정도 공개하느냐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고민은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1백20억원의 출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 마당에 검찰이 이를 확인해주지 않을 수도 없고 확인해줄 경우 자칫 대선자금 전면수사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수사 실무진은 현철씨가 관리해온 비자금 규모로 볼 때 자금의 출처등을 공개하지 않고 넘기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1백억원이 넘는 돈의 출처에 대해 최소한의 설명이 없을 경우 현철씨 구속이라는 성공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축소수사라는 비난이 검찰에 쏟아질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문제의 비자금이 93년초 박태중(朴泰重)씨가 나사본 선거운동자금으로 쓰고 남은 것을 찾아 현철씨에게 전달한 사실은 밝혀냈으나 나사본에 유입된 돈의 출처는 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검찰이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해 놓은데다 문제의 1백20억원의 출처를 캐는데 필요한 은행등의 마이크로필름등이 제대로 보관돼 있지 않기 때문. 결국 중수부는 현철씨 기소때 1백20억원의 출처에 대해서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대선 잉여금임을 시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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