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파산시대 돌입 - 금융.유통업계 바짝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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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지법이 30일 소비자파산선고를 내림으로써 우리나라도'소비자파산시대'에 돌입했다.이에 따라 금융권과 유통업계등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거품경제가 사라진 80년대 후반부터 채무자 스스로가 신청하는'자기파산'이 급증하기 시작,95년 4만3천여건에 이어 지난해엔 6만건을 돌파했고 이중 90%이상이 소비자파산이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또 미국은 지난해 소비자파산이 1백만건을 돌파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우리사회도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 신용대출이 늘면서 과소비 경향이 두드러져'소비자파산'은 이미 예견됐었다”고 지적한다.카드를 이용해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물품을 구매하고 카드빚을 진뒤 빚을 갚기 위해 또다시 카드빚을 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 소비자파산의 전형적인 형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은행카드 장기 연체금액이 9천2백여억원이었고 백화점카드 역시 연체금이 53억원에 이르는등 카드로 인한 빚 규모가 결코 가벼운 상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나'소비자파산'위험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법원에 金모(27.여)씨가“신혼여행 출발 직전 친구에게 신용카드를 맡겼으나 그 친구가 7백여만원의 카드빚을 내 이를 갚을 길이 없다”며 파산선고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날 파산선고 주심판사인 정준영(鄭晙永)판사는“소비자파산제도는 감당할 수없는 빚 때문에 근로의욕을 상실시키고 더욱 낭비.향락적인 생활이나 자살에 이르는 소비자들을 구제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의 유일한 제도”라고 밝혔다.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제도의 악용 또는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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