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직 사퇴문제 입다문 김영삼 대통령 競選 영향력 노린 계산된 중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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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9일 청와대 대선주자 모임에서 대표직 사퇴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박찬종(朴燦鍾)고문이 경선의 공정성 논리로 이 문제를 거론했다.여기에 이한동(李漢東)고문.최병렬(崔秉烈)의원이 가세했다.

이에 이회창(李會昌)대표가 평소대로“내게 맡겨달라”고 방어하면서 20여분간 3대1의 논전이 계속됐다.

이 모습을 金대통령은 아무말 없이 지켜봤다.이수성(李壽成)고문이 나서“대통령께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라고'교통정리'를 부탁할때까지 金대통령은 제동을 걸지 않았다.

그런데 金대통령은“그 문제를 얘기하려고 여러분을 모이라고 한 것이 아니다”고 입을 열었다.그만 하라는 뜻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金대통령이 적극적인 정리에 나서지 않았다는 인상을 줄 만했다.李대표측의 기대와 달리 金대통령은 그의 손을 확실히 들어주지 않았다.金대통령은“李대표 중심으로…”라는 평소 주례회동때 쓰던 용어를 꺼내지 않았다.

따라서 대표직 사퇴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일 소지를 남겼다는 느낌이다.金대통령이 이렇게 핵심 쟁점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미묘한 자세는 무엇 때문일까. 그 자리에서 李대표를 밀어주면'이회창 대세론'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청와대쪽 설명이다.

강인섭(姜仁燮)정무수석은“단합을 위한 오찬의 취지와 달라 말씀하시지 않은 것”이라고 단합 측면만 강조했다.

또 金대통령이 경선 과정에서 역할 공간을 확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논쟁을 방치했다는 관측도 있다.

다시 말해 대표직 사퇴 쟁점을 놓고 잠복이냐,재연이냐는 여러 해석을 낳게 해 당내 장악력을 높이려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金대통령은 李대표나 반(反)李대표 주자 모두에게 자신의 메시지가 없는한 확실한 대세를 얻기 힘들다는 점을 보이려 한 것같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런 의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며“오늘 모임에서 가장 많은 소득을 얻은 사람은 金대통령”이라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때문에 金대통령이 대선자금 문제가 매듭지어지면 어떤 형태로든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날 金대통령은 경선관리 의욕을 표시하면서“경선 탈락자가 탈당하면 이제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도가 어디에 있건 이런 불명확한 자세는 당내 혼선을 막지 못한채 그 책임이 金대통령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부담이 있다. 박보균 기자

<사진설명>

신한국당 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회창대표등 당내 대선 경선주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기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金대통령은 당의 결속과 공정경선을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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