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새로운 교육풍토와 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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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금 우리는 21세기를 대비하기 위해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새시대를 여는 새교육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풍토와 교육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로 건전한 새 학력관(學力觀)의 확립이 시급한 과제다.21세기는 멀티미디어로 상징되는 정보화 시대다.이러한 사회에서는 능력이 경쟁력의 기초가 되고,능력있는 자가 우대받고 존중받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느 학교 출신이냐 하는 학력(學歷)이 우대되는 사회였다.그래서 명문학교에 진학만 하면 바로 장래가 보장되기도 했다.때문에 사회적 신분의 상승을 위해서는 어떠한 대가를 치러서라도 명문대에 진학해야 하고 이를 위해 치열한 입시과외가 성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러한 사회와 교육환경이 과열과외라는 열병을 감염시켰고,연간 13조원이라는 막대한 과외비를 지출케하는 주범이 된 것이다.

그러나 다가오는 시대는 어떤 학교 출신(學歷)이냐 보다 어떤 능력을 지녔느냐가 개인평가의 기준이 된다.

이러한 사회변화를 직시해 학부모와 지역사회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올바른 새시대의 학력관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로 가정의 교육기능을 부활시켜야 한다.학교교육은 옛날과 달리 이질적인 집단을 과밀학급에서 동시에 가르치도록 변화됐고 신성시됐던 교직사회에서의 교직관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 아동과 학생의 개별지도나 스승의 인격적 감화력으로 지도하기 어렵게 됐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고민하고 있는'학원폭력'은 이러한 환경의 산물임을 인식해야 한다.가정은 자녀의 교육이나 인격형성에 대해서는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의 기본적 생활습관이나 선악의 판단.윤리관.자제심.자립심등 인간 삶의 기초적 자질이나 능력은 가정교육에서 배양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교육의 강화를 위해▶가정교육에 관한 학습기회의 충실▶자녀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네트워크 설치▶부모와 자녀들의 공동체험 기회의 충실▶부친의 가정교육 참가 촉진등 특별시책이 강구되고 시행돼야 한다.

셋째로 지역사회의 교육력을 향상시켜야 한다.우리 지역사회의 도시화는 공동체를 파괴해 버렸고,오직 물질적인 자기이익만 추구하는 살벌한 현장에서 어린이들은 그릇된 가치관에 오염돼 왔다.

이제 지역사회의 교육기능을 소생시켜 나가야만 한다.학교 주변환경의 정화는 물론 지역사회가 다양한 생활.사회.자연체험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시책을 세워나가야 하는 것이다.예컨대 사회교육및 문화시설의 확충과 스포츠환경의 조성등 활동공간을 확충하고,자원봉사활동이나 자연체험활동등 활동기회를 충실하게 제공해주며,청소년단체등의 활동을 진흥시켜 청소년 교육의'제4영역'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새로운'학교관'의 정립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학교교육은 아동.학생의 교육에 관해 학교가 모든 책임을 지고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여겨왔다(自己完結型).그러나 가정과 지역사회의 변화, 정보화등 사회의 급격한 변화,그리고 가치관의 다양화등으로 인해 종래의 학교교육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학교교육은'자기완결형'에서'폐쇄형'으로 전화(轉化)됐다.이는 교육의 획일성 뿐만 아니라 교원의 자질과 능력면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됐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열린 학교',즉 개방형 학교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열린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원의 자질과 능력향상을 위한 양성과 연수과정의 보완이 필요하고 교원의 사회적 시야를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열린 학교는'학교 이외의 사회인'이나 관계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외부의 새로운 발상과 교육력을 도입해 학교의 교육기능을 폭넓게,그리고 깊이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21세기의 우리 고장 교육은 학교와 가정,그리고 지역사회의 새로운 협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대순 호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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