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생각합니다>병 상황따라 치료법 달라 민간요법 과신 자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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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로서 환자를 대할 때마다 곤혹스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환자가 자신의 병을 지레짐작해“내 증상은 이런이런 병이고 이 병에는 무엇무엇이 좋다더라”는 식으로 진단과 처방을 내려버리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전국민의 의사화'라고나 할까. 그러나 병이란 얼핏 비슷해 보이는 증상이라 하더라도 원인이 다를 수 있고 설령 같은 병이라 해도 상황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환자들이 알고 있는 민간요법들은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단순한 건강보조식품에 지나지 않는 것을 특효약이라고 속여 파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지역특산물을 소개하며 고혈압.당뇨병.동맥경화등에 효능이 있다고 과장 선전하는 것을 여과없이 내보내는 보도에도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한심스러운 것은 정력에 좋다면 어떤 혐오식품이든 가리지 않는 비정상적인 행태다.비뇨기과 전문의로서 단언하건대 이런 혐오식품이 그렇게 원하는 정력증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이런 부끄러운 행태가 외국인들의 눈에 우리 국민을 수준이하로 비쳐지게 하지 않을까 지극히 염려될 뿐이다.

손준웅<서울은평구갈현동 청구성심병원 비뇨기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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