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돌아온 하승진 “팀이 날 필요로 하지 않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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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하던 거인 하승진(24·KCC)이 돌아왔다. 그러나 하승진은 경기 뒤 팀에 강한 불만을 털어놓아 KCC의 미래를 더욱 짙은 안개 속으로 빠뜨렸다.

KCC는 15일 안양에서 벌어진 KT&G와의 경기에서 84-79로 승리했다. 서장훈(전자랜드)과 트레이드로 들어온 강병현이 24득점을 기록했고 하승진도 발가락 부상 후 27일 만에 경기에 나왔다.

그러나 허재 감독이 이끄는 KCC 호는 폭풍 전야다. 하승진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팀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것 같지 않다. 감독님이 나의 복귀를 기다리는 걸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서장훈이 출장시간에 대해 반발하고 팀을 떠난 데 이어 하승진까지 항명하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기 전까지 하승진의 출전은 불투명했다. 허 감독은 “필요할 경우 승진이를 투입할 수도 있지만 무리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외국인선수 한 명이 빠진 2쿼터 1분 하승진이 등장했다. KT&G는 파울 작전을 폈다. 하승진은 첫 자유투 기회에서 심호흡을 한 후 침착하게 2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그러나 하승진은 실수가 잦았다. 이후 자유투 6개 중 2개만을 넣었다. 그러자 허 감독은 하승진을 뺐다. 하승진은 결국 7분여 만 뛰었고 4득점에 1리바운드의 기록만 남겼다.

하승진은 경기 후 “팀을 위해 빨리 복귀하려고 열심히 재활했는데 다 나의 오해였던 것 같다. 슛 하나 잘못하면 빼고, 패스 하나 잘못하면 빼는 형식이다. 출전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뭘 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그는 또 “팀이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속상하다. 지금 몸 상태는 100%는 아니지만 뛰는 데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하승진은 “감독님과 팀에 죄송하다”라면서도 “오늘 감은 좋았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스스로 답답해했다.

KCC 관계자는 “승진이가 어리고 자기 딴에는 열심히 준비해 복귀한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며 “훈련에 합류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한 달간 승진이 없이 꾸려지던 팀이 갑자기 바뀌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늘 경기는 감각을 익히는 차원이었고 실제 기대하는 부분은 주말 삼성이나 전자랜드전”이라고 덧붙였다. KCC는 이날 승리로 15승16패를 기록, 전자랜드와 함께 공동 6위에 올라섰다. 18일 KCC-전자랜드전은 불편한 동거를 했던 서장훈과 하승진이 적이 되어 만나는 첫 경기다.

한편 잠실에선 테렌스 레더(23득점)의 버저 비터로 삼성이 SK를 76-75로 꺾었다.

성호준, 안양=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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