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내사 충격파 - "政略的 표적수사" 야당 발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야당 광역단체장에 대한 사정당국의 내사(內査)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발칵 뒤집혔다.

청와대가 김현철(金賢哲)씨 구속.대선자금 정국에서 벗어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표적사정을 하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주춤했던'대선자금 공개'요구가 다시 불거졌고 국민회의는'조건부 대통령 하야론'까지 거론했다.

국민회의는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다.참석자들은 전당대회(19일) 직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강인섭(姜仁燮)정무수석을 통해 김대중(金大中)총재에게 축하 난을 보내온 일을 떠올리며“꽃다발 속에 비수가 꽂혀있었다”고 비아냥댔다.

김대중총재는“대선자금을 공개하지 않고 야당 광역단체장과 정치인 사정에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쾌해했다고 한다.

자민련 긴급당직자회의에서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청와대를 겨냥,“이 사람들은 틈만 있으면 엉뚱한 한탕주의를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청와대의 사정 드라이브에 국민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 배경에는 金대통령의 정국 주도권 회복의지가 배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金대통령이 姜수석을 통해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암묵적 양해를 요구했으나 김대중총재가 거절하자 사정논쟁으로 넘어가려 한다는 의혹마저 제기한다.

물론 야권의 강력한 반발에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깔려있다.국민회의의 경우 이번 사태를 거점지역인 호남의 보루격인 단체장 흔들기로 해석하고 있다.

자민련은 특히 최각규(崔珏圭)강원지사 탈당등 여권의 흔들기에 여러 차례 당한 상태에서 충청지역 기초단체장까지 비리 혐의자로 거명되자 상당히 화급한 상태다.

27일 양당 합동의원총회가 예정대로 열리면 강경 일변도로 나갈 가능성이 좀 더 높다.현재는 구체적 비리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다소 자제하는 기색이지만 뚜껑이 열리고 나면 전면적인 투쟁이 예상되는 것이다.양당 당직자들은 벌써 현수막 부착,합동시국연설회,김대중-김종필회담등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단체장의 구체적 뇌물수수가 드러날 경우 표적사정으로 몰아붙이기는 간단치 않아 고민이다.

더구나 지방단체장들이 내년 선거를 의식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여론도 높은 상태다.따라서 이같은 강경론만 계속 고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한편으론 부담도 느끼고 있다. 이정민.김현기 기자

<사진설명>

청와대가 대선자금 공개를 철회하고 자치단체장과 정치권에 대한 사정에 나서자 23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각각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국면전환용 표적사정이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결정했다. 조용철.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