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리스트 人士 불구속기소 정치자금 수수관행 일대변혁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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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22일'정태수(鄭泰守)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8명을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정치권의 정치자금 수수 관행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아 지역구등에 많이 푸는게 유능한 선량(選良)의 미덕쯤으로 여겼던 정치인들도 최소한 돈을 받기에 앞서 청탁과 연결될 수 있는지 여부등을 꼼꼼히 살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잘못된 정치자금 수수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선 이 기회에 개인으로부터 조건없이 돈을 받는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없도록 한 현행 정치자금법 규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즉'리스트'에 오른 정치인중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도 깨끗한 돈을 받아서라기보다는 현행법의 미비점 때문에 빠져나갔다는게 검찰의 생각이다.

심재륜(沈在淪)중수부장은“33명의 정치인을 소환해 이중 8명을 사법처리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검찰로서는 법적 처벌이 가능한 사람을 모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법처리에서 제외된 나머지 정치인들도 부도덕한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결국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현행법과 국민감정 사이에 괴리가 깊어 사법처리 대상자를 선별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심지어 검사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아 선거기간중 금품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해선 제외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이 때문에 선거기간이 아닌 시기에 돈을 받은 정치인들만 기소대상에 포함됐다.

마찬가지 논리로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과 김명윤(金命潤).박성범(朴成範)의원의 경우 돈을 받은 시점이 선거 직전이었고 원외 지구당위원장으로 당선이 불확실했기 때문에 사법처리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수사팀은 문정수(文正秀)부산시장에 대해선 사법사상 최초로 사전 수뢰혐의를 적용하는등 정치자금 수사에서 전례없이 적극성을 보였다는게 법조계의 평가다.

이들을 모두 불구속 기소한데 대해 沈중수부장은“비리사실을 밝힌게 의미가 있지 신병구속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나중에 법정에서 얼마든지 형량을 다시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돈을 받은 정치인 모두에게 김현철(金賢哲)씨처럼 증여세 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들이 돈세탁등 사기 또는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증여사실을 숨기려한 흔적이 없어 국세청에 통보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검찰은 또 이들을 국회윤리위에 통보할 계획이었으나 처벌규정이 없는데다 법률 검토결과 근거가 없어 철회했다고 밝혔다. 정철근.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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