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경영일기>이한중 성용금속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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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마전 우리 회사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생산성본부의 전문가들과 일본에서 기계제품을 수입.판매하는 한국화야상사 사장등 몇분이 우리가 개발한 용해알루미늄 자동공급장치를 보러온 것이다.

우리가 국산화에 성공한 이 기계는 자동차및 전자공압기계등의 부품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최신 장비다.이 기계는 그 자리에서 일본.미국산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화야상사 전무는“이런 형태의 기계는 일본에도 없으니 이 기계를 함께 만들어 동남아시장에 수출하자”는 제안까지 했다.나는 이에 대해“1년 정도 테스트해본 다음 시판하자”고 했다.현재 일본.미국.독일등에 특허출원이 돼있는 상태인만큼 급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기계는 기존 제품과 달리 중간공정을 대폭 줄이도록 설계돼 있다.자연히 부가가치가 향상되고 자동차회사에 대한 부품납품가격도 내려간다.

업계관계자들은 어떤 비결로 이렇게 앞선 기술을 개발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해온다.또 내가 중소기업인을 상대로 한 세미나에서 강의할 때도 이같은 질문이 나온다.

나는“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 사장은 무엇보다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그리고“이제는 중소기업제품도 세계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런 대답은 물론 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그러나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너의 의지다.사장이 자신의 사업분야와 관련된 정보를 폭넓게 듣고 주시하면서 꼭 해낸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면 세계 최고제품 개발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대기업은 조직으로 움직이지만 중소기업은 창업도 쉽고 도산도 잘 한다.중소기업도 전문성을 잘 살리면 고속성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오너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우리 회사도 요즘은 매출액이 연70억원 정도로 커졌지만 창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기술개발도 마음대로 못했고,생산과 납품실적이 부족해 자동차회사 담당대리의 집을 새벽에 찾아가 죽기 살기로 사정했던 일도 많았다.

불황이 장기화되는데다 경쟁도 치열해지며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동료 중소기업인들을 최근 많이 만난다.그때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시 기술개발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국내 대부분의 중소기업 오너들은 외국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외경심에 사로잡혀있지 않나 생각한다.

미국이나 일본의 기술은 발벗고 쫓아가도 따라 잡을 수 없다며 지레 겁먹고 미리부터 포기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개발에도 시기와 기회가 있는 법.때를 놓치면'기술 3류국'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글 이한중 (주)성용금속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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