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貨 초강세 1弗 111엔대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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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도쿄=이철호 특파원]엔고(高)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20일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일본의 재할인금리 인상 가능성과 일본의 무역흑자 확대를 거듭 경고한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의 발언에 자극받아 오후 한때 전일대비 3엔 이상 오른 달러당 1백12엔대까지 치솟는 강세를 보였다.엔화가 1백12엔대에 진입한 것은 5개월만의 일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일 금리인상을 실시할지 모른다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엔화 강세가 이어지자 도쿄시장에서는 달러당 1백10엔대의 엔고까지 점치는 외환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은 문을 열자마자 자민당 행정개혁추진본부가 연금생활자들을 보호하고,외환거래 자유화에 따라 일본 금융자산이 높은 금리를 좇아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재할인금리 0.5%라는 현재의 초저금리정책 시정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초반부터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미국계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일제히 엔화를 사들이기 시작했으며 일본의 일부 대형은행들은 보유 달러화를 대량 풀어놓았다.

곧이어 뉴욕의 강연회에서 루빈장관이 일본의 무역흑자 확대를 다시 경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화 강세를 가속화시켰다.이에 앞서 일본대장성은 19일 4월의 무역흑자가 전년동기 대비 1백63.7% 늘어난 8천3백14억엔(약72조3천억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었다.또 이날 일본 금융당국이 엔화 강세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도 엔고를 용인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엔화강세를 부추겼다.

도쿄 외환전문가들은 일본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미.일 실질금리차가 줄어들게 되고 일본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펴고 있는 엔강세정책을 미국이 사실상 묵인함에 따라 엔화는 당분간 달러당 1백10~1백15엔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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