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요구에 한숨짓는 장애인 노점상 박준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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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먹고 살 수 있도록 장사라도 하게 해주세요.” 선천성 뇌성마비로 팔다리를 제대로 못쓰는 2급 장애인 박준식(朴俊植.51.대전시서구도마1동.사진)씨는 요즘 한숨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생계수단이 없어 끼니 때우는 일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朴씨는 6년전부터 불편한 몸으로 집근처에 있는 도마동시장에서 손수레에 수세미.빨래집게등 잡화를 싣고 다니며 팔아 부인 金인순(47)씨와 딸 미현(8)양등을 보살펴 왔다.

朴씨가 버는 수입은 하루 2만~3만원에 불과해 세식구의 허기를 메우기에도 빠듯한 액수였다. 그러나 최근 시장관리인측이“장사를 계속하고 싶으면 권리금 2백만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실업자'가 됐다.권리금을 낼 능력이 朴씨에게는 없다.

노점상 자체가 합법적인 것이 아니어서 서구청등 행정기관에서도 朴씨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 게다가 朴씨의 부인은 정신박약증으로 1급 장애인이며 딸마저 영양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빈혈.기관지 천식.임파선염.심장병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朴씨는 거택보호대상자로 지정돼 한달에 20여만원의 생계보조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지만 부인과 딸의 약값에도 모자라는 형편이다.또 자신도 3년전부터 악성 피부염까지 얻었다.朴씨는“하루 3끼 밥먹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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