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대규모 임원 감축 왜 하나 - 그룹 침몰 막기 비상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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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진로그룹의 임원 53% 감원등 비상조치는 벼랑에 몰리고 있는 그룹을 살려보자는 몸부림이다.

진로는 특히 최근 그룹의 침몰을 막기 위해 강남 요지의 땅등 부동산 매각계획을 발표했으나 경기침체등으로 처분이 지지부진하면서 상업은행등 주거래은행과의 경영정상화 협상에도 무척 애를 먹고 있다.

이에따라 진로는 임원의 대폭감축과 조직슬림화등 비상감량조치를 서둘러 발표함으로써 채권은행단에 뼈를 깎는 결의를 전달하려는 뜻도 담겨있다.

지원대상기업의 임원을 50여명이나 감원한 것도 그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인지 진로가 대규모 감량계획을 발표한 15일 진로종합유통의 장진호(張震浩)회장 조건부 주식포기각서가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에 의해 받아들여져 3백23억원의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또 케이블방송인 G-TV등 계열사의 매각에 앞서 사전에 기존 경영진에 대한 정지작업이 필요하다는 배경도 갖고 있다.

진로는 금융권의 부도방지협약에 따른 자금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원대상기업 이외의 계열사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고 일부 계열사들은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2개 계열사 매각은 물론 스포츠사업단과 정보통신사업단을 폐지하고 종합연구원을 대폭 축소한 것도 주류와 식품분야 계열사의 경영정상화에 그룹회생의 기대를 걸겠다는 뜻이다.

그룹기조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6개 지원대상 기업 이외의 계열사를 돌볼 형편도 아니고 그럴경우 ㈜진로등 모기업의 경영마저 흔들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로는 이에 앞서 이달초 비상경영계획위원회를 만들어 부동산매각과 사업구조조정작업을 추진했고 지난달말까지 임원정리 구체계획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張회장이 직접 계열사별 임원들을 만나 그룹경영의 위기상황을 설명하며 퇴진을 요청했다.

한편 진로그룹 직원들은 15일 오후 퇴직임원 명단이 발표되자 “생각보다 강도가 높다”며 삼삼오오 모여 회사와 자신들의 장래를 걱정했다.

특히 진로아크리스백화점은 사장을 비롯,부사장과 이사 2명이 일괄퇴진하자 곧 있을 부장급이하 인사도 알려진 것보다 상당폭으로 커질 것이 아니겠느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시래.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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