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의미 큰 러시아.나토 협력 확대 - 워싱턴포스트 14일자 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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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는 13일 상호협력을 대폭 확대하는 협약에 합의했다.수개월에 걸친 힘든 협상을 통해 마련된 이 협약은 오는 27일 파리에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그리고 서유럽과 캐나다 정상들이 참석하는 NATO정상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협약이 성사된 것은 그동안 회의론자들이 불가능하다고 보아온 러시아를 자멸적인 고립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동유럽으로 NATO를 확대하는 일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 기억해둬야 할 몇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옛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가 붕괴했을 때 NATO도 역시 냉전시대의 유물로 묘사됐었다.NATO는 지난 50년간 그랬던 것처럼 안정을 지켜주는 힘으로 유지돼왔다.

미국은 NATO를 통해 유럽에 닻을 내리고 있을 수 있었으며 독일 역시 주변국들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다.따라서 NATO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새롭게 민주국가로 탄생한 중부.동부유럽국들을 여기에서 배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이들 국가는 과거 옛소련에 의해 강제로 봉쇄돼 있었으나 지금은 제자리 찾기를 원하고 있다.

폴란드.체코.헝가리등이 NATO 가입을 희망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우려 때문임이 분명하다.지난 반세기동안 옛소련에 의한 침략.점령을 겪어온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NATO에 가입함으로써 얻게될 이익은 그보다 훨씬 크다.NATO 가입은 그 자체가 이를 희망하는 많은 나라로 하여금 고질적인 국경분쟁.인종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민간에 의한 군의 통제 확립이나 국제적 평화유지 노력에의 참여등도 촉발하고 있다.

협약문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NATO와 클린턴 미정부는 러시아가 NATO의 행동이나 신규 회원국들에 대한 아무런 권한도 갖지 않은 상태에서 협의위원회에 참여토록 설득하는데 성공했다.러시아가 NATO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은 러시아나 서방 모두에 이익이지만 러시아내 많은 정치인들이 그같은 시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옐친대통령 주변인물들은 NATO와 관계강화를 하지 않도록 권고했으나 옐친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면에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 이와함께 이번 합의에서 NATO 확대에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았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우크라이나나 발트해3국등 옛소련공화국중 이번에 NATO회원국으로 가입하지 못하는 국가들이 앞으로 NATO에 가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향후 NATO 확대과정에서 이들 국가의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의 하나가 될 것이다. 정리=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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