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소환을 보는 김영삼 대통령 가슴 쓰려도 흔들리진 않을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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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14일 청와대관저에서 부인 손명순(孫命順)여사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그때 현철(賢哲)씨가 15일 검찰에 불려간다는 TV뉴스가 나왔다.주위에서 시중들던 관계자들이 그 장면에 찔끔했지만 金대통령은 담담한 모습으로 감정의 표출이 없었다고 한다.

金대통령이 아들의 검찰소환을 미리 보고받았기도 하지만“죄를 지었으면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한지 오래기 때문”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다만 평소 남편의 뜻에 따른다던 孫여사는 잠시'다른'모습이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金대통령은 아들이 막상 사법처리되면 가슴이 아프겠지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히려“金대통령처럼 권력의지가 강한 통치자들은 보통의 부정(父情)과 달리 한번 돌아서면 매몰찬 것같다”고 그는 말했다.

金대통령은 지난 2월25일이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임기가 끝날때까지 아들을 챙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현철씨는 최근 청와대 한 비서관과의 전화통화에서“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고 죄송스러움을 표출했다”고 한다.그러나 이 비서관은 그런 얘기를 金대통령의 이런'냉정한 자세'때문에 전하지 않았다고 했다.

金대통령은 이날도 평소처럼 오후에 수영을 했다.13일 주한외교사절들의 청와대 초청 행사때 金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본 한 장관은“한달전 조깅할 때보다 혈색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金대통령의 머릿속은 벌써 현철씨 사법처리 이후의 국정관리에 쏠려있는 것같다”고 전했다.실제 金대통령은 아들문제가 매듭지어지는대로 남은 임기 9개월 동안의 효율적인 국정수행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관심인 대선자금문제등 시국전반에 대한 입장표명문제는 선언적 인상을 주는 대(對)국민담화보다 청와대 당정회의를 활용하는 쪽으로 굳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21일에 공직기강 확립회의를 여는등 국정정상화 일정을 짜고 있다.

그러나 현철씨의 검찰소환을 계기로 대선자금 불씨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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