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차 ADB 연차총회 결산 - 한국금융 신뢰회복 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한국과 미국.일본등 56개 회원국 대표가 참석,활발한 금융외교활동을 펼쳤던 제 30차 아시아개발은행(ADB)연차총회가 13일 공식 폐막됐다.

한국은 이번 총회를 통해 크게 두가지 성과를 올린 것으로 정부는 평가하고 있다.

하나는 한보.삼미 부도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악화된 한국에 대한 평가를 조금이나마 개선했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북한의 ADB가입 기반 조성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와 이경식(李經植)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금융기관장들은 이번 회의기간중 주요국 정부및 금융기관 대표들을 대상으로 전에 없이 활발한 접촉을 벌였다.

한보.삼미 부도로 인한 충격이 거의 해소됐다는 설명을 하기 위해서였다.특히 일본은행총재.일본흥업은행장.다이와증권 사장등 일본 금융계 인사들이 적극적인 접촉 대상이었고,이 과정에서 적잖은 성과가 있었다고 한국 대표단은 자평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장은“차입금리가 당장 크게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외국계 은행들의 인식이 서서히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밖에 각국 대표단은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노력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줬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관심을 모았던 북한의 ADB 가입문제가 공식 의제로 채택되진 못했지만 북한 가입의'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성과로 평가된다.

姜부총리는 북한의 ADB가입 지지의사를 재천명함으로써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을 돕겠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그동안 북한 가입문제에 대해 한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회원국들의 입장정리를 도와 북한의 가입을 더 쉽게 할 것으로 분석된다.한 ADB 관계자는“북한의 ADB 가입은 북한의 경제난 극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4자회담등 북한과 미.일 양국의 민감한 현안이 해결되면 이르면 올해 안에라도 북한의 ADB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ADB는 이번 총회를 계기로 단순한 투.융자업무 수행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의 정책개혁및 개발관리 역량을 강화하는등 지원을 더욱 체계적으로 하기로 해'개도국 후원자'로서의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후쿠오카=박장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